[AI & LAW] 국내대리인 역할은 무엇?

[AI & LAW] 국내대리인 역할은 무엇?

국내대리인 제도와 해외 빅테크에 닿는 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낯설게 들리는 ‘국내대리인’이라는 이름은 사실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을 거치며 이미 몇 년째 한국 법제 안에 자리 잡아 온 도구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은 이 익숙한 도구를 AI 분야에도 그대로 옮겨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 손이 닿는 대상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해외 빅테크라는 사실이다.

AI 기본법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면 적용된다는 역외 적용 원칙을 분명히 한다(법 제4조). 국내에 서버도, 사무실도 두지 않은 채 한국어 인터페이스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한국 이용자를 상대로 매출을 일으키는 해외 사업자도 이 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규제 대상이 애초에 한국에 없다면,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이행을 확인하고 위반에 대응할 것인가. 그 공백을 메우는 장치가 국내대리인이다. 기업이 확인해야 할 질문은 셋으로 정리된다.

이수경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첫째, 우리 회사는 지정 대상인가

법 제36조 제1항은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인공지능사업자로서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를 지운다.

시행령 제29조는 그 기준을 네 가지로 구체화한다. 전년도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인공지능서비스 부문 전년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국내 이용자 수가 1일 평균 100만명 이상이거나, 제43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다.

넷 중 하나만 충족해도 지정 의무가 발생하므로,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서비스라도 국내 이용자 수가 많다면 안심할 수 없다. 매출액은 전년도(법인은 전 사업연도) 평균환율로 원화 환산한 금액이 기준이 되므로, 환율 변동만으로 지정 여부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둘째, 국내대리인은 무엇을 대신하는가

국내대리인의 업무는 세 가지로 한정된다. 최첨단 인공지능사업자의 안전성 확보조치 이행 결과 제출(제32조 제2항),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 확인의 요청(제33조 제1항), 그리고 고영향 인공지능사업자의 안전성·신뢰성 확보조치 이행에 필요한 지원으로 여기에는 관련 문서의 최신성·정확성 점검까지 포함된다(제34조 제1항).

국내대리인은 단순히 우편물을 수령하는 창구가 아니라, 본사를 대신해 정부와 실질적으로 소통하고 서류의 정확성까지 점검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자격은 어떠한가?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있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어야 한다. 인공지능기본법 지원데스크 자료에 따르면 국내대리인의 국적이 반드시 한국인일 것을 요하지는 않으나, 국내 이용자와 소통, 규제기관에 정확한 자료 제출 등이 가능하여야 하므로 한국어로 원활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국내대리인의 성명과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를 명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문으로 신고해야 하며, 같은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도 공개해야 한다. 복수의 대리인을 지정한 경우에는 모든 대리인의 정보를 동일하게 기재해야 하고, 대리인이 변경되면 지체 없이 신고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셋째, 지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국내대리인이 위 업무와 관련해 법을 위반하면, 그 행위는 대리인을 지정한 인공지능사업자가 한 행위로 간주된다(법 제36조 제3항). 대리인 뒤에 숨어 책임을 분산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 제4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과태료 대상이 되는데, 시행령 별표2는 위반 횟수와 관계없이 1차 위반부터 3차 이상 위반까지 일률적으로 2000만원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통상의 과태료 부과기준이 위반 횟수에 따라 금액을 가중하는 것과 달리, 처음 지정을 누락한 시점부터 이미 상한에 가까운 금액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벼운 첫 위반’이라는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해외 규제와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유럽연합(EU) AI Act 역시 역외 사업자를 규율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고위험 AI 시스템의 공급자와 범용 인공지능 모델(GPAI) 제공자는 EU 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국내대리인은 해외 빅테크의 손이 닿지 않던 자리에 놓인 정부의 손이자, 동시에 정부의 손이 닿지 않던 해외 빅테크에 다가서는 이용자의 손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회사의 국내대리인은, 실제로 그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수경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sgyi@yoonyang.com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