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9기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청년 AI 성장권' 예산 56억 2500만원이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의회는 11일 오후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청년 AI 성장권 예산을 제외한 '서울시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재석 101명 중 찬성 63명, 반대 37명, 기권 1명으로 수정 가결했다.
청년 AI 성장권은 오 시장이 민선 9기 첫 청년 정책으로 발표한 역점 사업으로, 서울시는 청년 50만 명이 코딩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등 고급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56억 2500만원을 편성해 2차 추경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해당 예산은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전액 삭감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복원되지 않았다. 이어 이날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가결되면서 예산 56억 2500만원 전액 삭감이 최종 확정됐다.
시의회 "사전협의 미완료·50만명 산정 근거 불명확"
예결위는 청년 AI 지원 사업 삭감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감액 의결했다고 밝혔다.
예결위원장인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청년 AI 성장권 지원 사업은 법정 사전절차인 '사회보장제도 사전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경안이 먼저 제출됐고, 추경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이후 수요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물론 지원 대상 50만 명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박 시의원은 "서울시 청년 기본 조례상 청년의 범위와 달리 지원 대상을 만 19세부터 만 29세로 한정한 임의성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사업을 서둘러 추진할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지원이 필요한 청년이 소외되거나 사업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감액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결정이 아니라 더 많은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시의회와 서울시가 함께 제대로 준비하자는 결정"이라며 "향후 현장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고 지원대상·지원방식·교육내용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 2027년도 본예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을 서울시에 당부했다"고 했다.
권리중심 일자리 복원 조례·TBS 정상화 결의안은 본회의 통과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정상화 촉구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조례에 명시하고 서울시장이 이를 개발·보급·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일반 노동시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인식개선과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을 하면 이를 노동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2020년 사업을 시작해 2023년까지 운영했다. 해당 사업은 직무 절반 이상이 집회·시위 등 '캠페인'에 해당하는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2024년 폐지됐다.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정상화 촉구 결의안에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TBS 존립 위협' 재발 방지와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출연기관 재지정 검토를 비롯한 재원 발굴, 지원조례 제정 및 재정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서울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가결됐다. 조례상 '이동편의 증진'이란 명칭을 '이동권 보장'으로 변경해 권리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서울시 버스 전량을 저상버스로 운행하도록 명시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추경안 의결 뒤 "이번 추경 예산이 시민의 삶에 온전히 닿기 어려운 데 대해 깊은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청년 AI 사다리 예산이 전액 삭감돼 청년의 기회 격차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청년 기회의 시간 빼앗아…다수 의회의 폭거"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사다리를 놓기 위해 서울시가 공들여 마련한 예산이 민주당에 의해 무자비하게 전액 삭감되는 것을 보며 큰 허탈감을 느낀다"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올해 2개월 만이라도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울시의 간곡한 호소도 통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다수 의회의 폭거"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청년AI 사다리는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새로운 기회의 격차, 나아가 계층의 격차로 굳어지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할 사업"이라며 "이번 예산 삭감은 단순히 사업의 출발을 늦춘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붙잡아야 할 기회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 시의원들도 청년 대상 AI 지원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했기에 지난 선거에서 이와 비슷한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지 않았나"라며 "선거 때는 청년의 AI 기회를 약속하고, 정작 그 기회를 위한 예산은 전액 삭감한다면 시민들은 어느 쪽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사항이 담긴 조례는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민주당 다수 시의회의 선택을 보며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권리중심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전장연 시위 참여에 인건비를 지급할 근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일자리 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여 특정 단체가 이를 독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시민을 위한 소중한 예산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또 다시 난도질 당하고, 특정 단체 나눠 먹기로 변질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예산을 주저앉힌다고 해서 서울의 미래까지 주저앉힐 수는 없다. 저는 백 번이고 다시 일어나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시의회를 설득해 서울의 내일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