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75년 전 교실을 떠나 6·25전쟁의 전장으로 향했던 경북지역 학생 1766명의 흔적이 학교 학적부에서 확인됐다.
한 학급 졸업생 14명 전원의 학적부에서 입대 관련 기록이 발견되는 등 학생들이 동급생들과 함께 전장으로 향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기록도 나왔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6월 고등학교 학적부 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 이어 도내 중·고등학교 학적부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고 학도병 1766명의 참전 흔적을 최종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학교에 남아 있는 학적부를 대상으로 학도병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경북교육청이 처음이다.
조사 대상은 1955년 이전 개교한 도내 22개 지역 202개 중·고등학교다.
교육청은 모두 7만9372건의 학적부를 조사했다.
일반 학적부뿐 아니라 포항중학교의 ‘6·25 참전 입대학생등록부’, 영주농업고등학교의 ‘입영자학적부’처럼 당시 입대·입영 학생을 별도로 기록한 자료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성명과 생년월일, 출신학교 등을 대조해 중·고등학교 사이 중복 인원을 제외한 결과 92개교에서 학도병 1766명의 기록이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함께 입대한 흔적도 발견됐다.
의성공업중학교, 현재 의성유니텍고등학교 제3회 토목1반 졸업생은 14명 전원의 학적부에서 입대 관련 기록이 나왔다.
같은 회 방직1반에서도 학적부 17건 가운데 16건에서 관련 기록이 확인됐다.
김천농림중학교와 안동농림중학교 등에서도 한 학급에 다수 학생의 참전 기록이 집중된 사례가 발견됐다.
현재 진행 중인 생존 학도병 구술 채록에서도 당시 학생들이 동급생들과 함께 입대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학적부와 구술 증언 등을 종합할 때 동급생 간 연대감 속에서 동반 입대와 같은 집단적 참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학생들의 사정도 학적부에 그대로 남았다.
‘문교부 지시에 따라 군무에 종사하는 학도에게 졸업장 수여’, ‘도지사 지시에 의하여 당해 연도 수료’, ‘학교장 결정에 따라 졸업 인정’ 등의 기록이 확인됐다.

군 복무 때문에 수업 이수 시간이 부족했지만 졸업이나 수료를 인정받은 사례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1766명이 당시 경북지역에서 참전한 학도병 전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참전 사실 자체가 학적부에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전쟁과 재난 등으로 학적부가 소실된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번에 확인한 자료를 학교별·인물별로 정비해 2027년 통계자료집과 수집 기록물 목록집을 발간한다.
2028년에는 학적부 기록과 생존 학도병 구술, 연구·통계자료 등을 종합한 ‘경북 학도병 백서’를 편찬해 보훈교육과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가보훈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단체에도 조사 결과를 공유해 아직 참전 사실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학도병과 유가족의 사실 확인과 예우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적부에 남은 짧은 기록 하나하나에는 75년 전 교실을 떠나 전장으로 향했던 학생들의 삶과 헌신, 그리고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단순한 학적부 확인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기록을 찾고 보존하는 일로 이어가 학도병의 헌신을 기억하고 합당한 보훈과 예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