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 조사방해로 고발 의견…시정명령 변경요청 모두 기각

공정위, 대한항공 조사방해로 고발 의견…시정명령 변경요청 모두 기각

직원 3명, 조사 중 업무파일·이메일 삭제
청주-제주 노선·중동전쟁 사유 완화 요청 둘 다 불수용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시정명령과 관련해 항공사들이 낸 두 건의 변경요청을 모두 기각하는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직원들이 업무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확인돼,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 3명에 대한 고발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지난 2월2일부터 6일까지 대한항공 본사(서울 강서구)에서 시정명령 변경요청 건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직원 3명이 2월 2일부터 4일까지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전자메일을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이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25조 제7호가 금지하는 조사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조사 시 자료의 은닉·폐기, 접근 거부 또는 위조·변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한 자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심사관은 대한항공 법인과 소속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같은 시기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 항공운송사업자는 시정명령 대상 노선 중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 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당해연도 공급 좌석 수가 2019년 대비 70% 이상이면 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심사관은 시정명령 변경 사유가 되는 '사정변경'은 위원회가 시정명령을 최종 확정한 변경처분 의결일(2024년 12월 24일) 이후 발생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 이후 청주-제주 노선의 시정명령 이행이 곤란해질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심사관은 변경요청을 기각하는 의견을 냈다.

5개사는 이와 별도로,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급등과 항공여객 수요 위축을 이유로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의 2026년도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 또는 완화해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

심사관은 발권 내역을 바탕으로 노선별 2026년 항공 여객 수요를 추정한 결과, 중동전쟁 발발과 유가·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 노선에서 전반적인 수요 위축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정명령을 변경할 만한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요청에 대해서도 기각 의견이 제시됐다.

공정위는 2022년 5월9일 처분과 2024년 12월24일 변경처분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취득이 국내·국제선 40개 노선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중 34개 노선에는 대체항공사 신청 시 운수권·슬롯을 반납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40개 노선 전체에는 2019년 대비 물가상승분 이상의 운임 인상 금지, 공급 좌석 수 90% 미만 축소 금지, 상품·서비스 불리한 변경 금지 등의 행태적 조치를 부과했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외부적 요인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으면 피심인들이 시정명령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함께 뒀는데, 이번에 그 조항에 근거한 요청 두 건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공정위는 이번 세 건(조사방해행위, 청주-제주 노선 변경요청, 중동전쟁 관련 전노선 변경요청)에 대한 심의 절차를 개시했고, 9월10일 피심인들에게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공정위는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 열람·복사, 의견진술 기회 제공 등 절차를 거쳐 피심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한 뒤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