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장기간 이어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실마리를 찾기 위해 다시 노사정 대화에 나섰지만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차 사후조정에서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지만, 곧바로 회의록 공개 등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결국 불과 이틀 만에 예정된 집중교섭 일정이 취소됐다. 계획했던 협상 일정이 어그러지면서 추석 전 타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오는 15일 예정된 2차 사후조정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날과 11일 예정됐던 노사 집중교섭도 취소됐다. 인천지노위는 오는 14일께 향후 사후조정 일정을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노사는 지난 8일 열린 1차 사후조정에서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후속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조정위원회도 추석 전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했다. 늦어도 오는 20~22일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달라고 노사에 주문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10~11일 집중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44개 조항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사측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교섭 결과를 토대로 15일 2차 사후조정에 나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1차 사후조정 직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노조가 당시 회의 내용을 정리한 회의록을 임직원과 언론 등에 공유하자 사측이 내용 왜곡 등을 문제 삼고 나섰다.
해당 회의록에는 조정위원이 "회사가 전향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가 내놓은 안이 없다"는 취지로 사측의 협상 태도를 지적한 내용 등이 담겼다. 사측은 노조가 일부 발언만 발췌해 조정위원들이 회사를 일방적으로 질책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노조가 사후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회사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등 7건의 법적 절차를 제기한 점도 갈등을 키웠다. 사후조정을 통해 대화에 나선 상황에서 노조가 법적 대응을 병행하는 것은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번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사후조정 절차는 노사 간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신뢰의 장이어야 함에도 노조는 이를 회사 비방과 법적 공격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조정 회의록 무단 유포 및 사실 왜곡 배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회의록 공개가 이전부터 해오던 일인 만큼 이를 이유로 교섭 일정까지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의록은 원래도 공유해왔고 특별한 사안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메일로도 공유해왔다"며 "과거 회사 측에 회의록을 함께 작성하고 서명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지만 기존 방식대로 하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회의록 공유를 이유로 교섭을 연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부러 회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없는 말을 만들어낼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다시 강대강 대치에 들어가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추석 전 타결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당장 2차 사후조정 일정이 언제로 잡힐지 미정인 데다,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면서 향후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이 다시 공전할 경우 노사 갈등이 재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사후조정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추가 단체행동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 부분파업에 이어 5월에는 창사 이후 첫 전면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다만 사후조정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닌 만큼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도 남았다. 노사 양측 모두 협상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측은 전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임단협 교섭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 끝까지 책임감 있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