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늪' 빠진 HUG…60회 유찰에 값 772억→76억

'공매 늪' 빠진 HUG…60회 유찰에 값 772억→76억

15곳 최저입찰가 6180억→1980억…누적 유찰횟수 630차례
익산·광주도 30~50차례 줄 유찰…올해 16곳 중 12곳 재공고
신규 분양보증 사고는 감소세…과거 사고사업장 처분 장기화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사고사업장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돌려준 뒤 해당사업장을 공매로 처분하고 있지만 매각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최저입찰가를 최초 공매대비 최대 90%까지 낮추고도 수십차례 유찰돼 2년째 주인을 찾지 못했다. 신규 보증사고 규모는 줄고 있지만 과거 사고사업장 정리가 늦어지면서 자금회수도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11일 HUG 공매물건정보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입찰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공매정보에 이름을 올린 사업장은 모두 16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사업장이 여러차례 재공고된 사례를 포함하면 공매 게시건수는 48건이다. 이 가운데 12곳(75%)은 올해 두차례이상 재공고됐다. 유찰이후 가격을 조정해 같은 사업장 매각을 반복 시도한 사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아산 방축동 아르니퍼스트 공사 현장. [사진=네이버지도]

현재 입찰이 진행중인 1곳을 제외한 15개 사업장 최초 최저입찰가격은 총 6180억2357만원이었지만 최근 확인된 최저입찰가격은 1980억6135만원으로 68.0% 급락했다. 누적 유찰횟수는 630차례에 달하며 모두 아직 매각되지 않은 상태다.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충남 아산시 방축동 '아르니퍼스트'다. 이 사업장 최저입찰가격은 2024년 9월 첫 공매당시 772억5106만원이었지만 최근 76억4913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초가격 대비 90.1% 하락해 10분의 1 수준이 됐다. 그동안 60차례 입찰이 모두 유찰됐고 현재도 매각되지 않아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태다.

전북 군산 수페리체도 최초 994억5061만원이던 최저입찰가격이 110억7367만원까지 내려갔다. 하락률은 88.9%다. 2024년 5월 첫 공매이후 48차례 유찰됐지만 현재까지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HUG는 2024년 환급사업장 매각설명회에서도 군산 수페리체와 삼척 마달 더스테이 등을 매각대상 사업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최저입찰가격이 최초 20% 안팎까지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전북 익산 남중동 라포엠은 2024년 7월 152억5926만원에서 최근 30억5190만원으로 80.0% 하락했다. 53차례 입찰이 모두 유찰된 가운데 첫 공매이후 2년 넘게 미매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 삼척 마달 더스테이는 416억9252만원에서 100억3777만원으로 75.9% 낮아졌고 45차례 유찰됐다. 익산 중앙동 유은센텀시티 역시 241억9100만원에서 63억2715만원으로 최저입찰가격이 73.8% 하락했다. 유찰 횟수는 48차례다.

광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수기동 한국아델리움은 268억727만원에서 80억4840만원으로 최저입찰가격이 70.0% 떨어졌고 43차례 유찰됐다. 신안동 한국아델리움은 420억4421만원에서 146억2816만원으로 65.2%, 궁동 한국아델리움은 281억8300만원에서 105억3233만원으로 62.6% 각각 낮아졌다. 유찰 횟수는 신안동 35회, 궁동 40회다.

특히 아산 아르니퍼스트와 익산 라포엠·유은센텀시티, 광주 신안동·궁동·수기동 한국아델리움은 HUG가 지난달 매각설명회 대상으로 제시한 사업장으로 자료상 모두 미준공 상태로 분류됐다.

환급사업장은 분양보증 사고가 발생했을 때 HUG가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분양대금을 환급한 뒤 처분권을 취득한 공사중단 사업장이다. HUG는 이들 사업장을 온비드를 통한 전자입찰로 매각한다. 한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에는 직전 공매가격 이상을 조건으로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도 가능하다.

문제는 큰 폭의 가격조정과 반복적인 매각시도에도 일부 사업장 처분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HUG가 환급이행 이후 처분권을 확보해 사업장을 매각하는 구조인 만큼 매각이 늦어질수록 해당자산을 통한 자금회수 시점도 뒤로 밀리게 된다.

다만 최저입찰가격 하락분을 곧바로 HUG 손실 규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 회수금액은 개별 사업장 채권관계와 매각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일부 환급사업장에서 수십차례 유찰과 가격하락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처분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전경 ]

신규 분양보증 사고는 최근 감소세다. HUG 연도별·지역별 분양보증 사고금액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고금액은 2023년 1조1210억원에서 2024년 9107억700만원, 지난해 2286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년사이 79.6% 감소한 규모다.

분양보증 이행 규모도 지난해 낮아졌다. HUG 경영공시를 보면 환급이행 가구수는 2024년 571가구에서 지난해 427가구로 25.2% 감소했다. 주택분양 보증이행금액 역시 같은기간 771억원에서 613억원으로 20.5% 줄었다.

결국 신규 보증사고와 보증이행 부담은 정점을 지나 완화되는 반면 과거 사고에서 발생한 일부 환급사업장은 여전히 처분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특히 최초 최저입찰가격을 70~90%까지 낮춘 뒤에도 수십차례 유찰된 사례가 복수사업장에서 확인되면서 가격인하만으로 장기 미매각을 해소하기엔 한계를 보이고 있다.

HUG도 매각 촉진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서울역에서 환급사업장 매각설명회를 열고 23개 사업장 현황과 매수절차 등을 안내했다. 매수자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PF보증 등 연계 금융보증 제도도 소개했다. 당시 아산 아르니퍼스트와 익산 라포엠·유은센텀시티, 광주 한국아델리움 3개 사업장도 대상에 포함됐다.

신규 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기존 환급사업장 매각이 지연되면 HUG로서는 과거 보증이행 이후 확보한 사업장 처분작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공매가격을 대폭 낮추고 수의계약까지 열어둔 사업장에서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장기 미매각 사업장을 얼마나 빠르게 정리하느냐가 남은 과제로 꼽힌다.

HUG 관계자는 "매각 장기화에 따른 사업장 가치저하와 채권회수 지연을 줄이기 위해 PF보증 연계 등 금융지원과 최저매각가액 조정, LH 지방 미분양주택 매입제도 활용 등 사업장별 특성에 맞는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며 "매각설명회와 매수의향자·금융기관 간담회를 확대해 잠재 매수자군을 넓히고 투자과정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등 매각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