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현창민 기자] 중앙투자 심사를 건너뛴 채 추진된 제주-칭다오 간 화물선 사업이 주민감사 청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저조한 물동량으로 수십억 원의 손실보전금에 이어 행정절차 누락에 따른 보통교부세 감액까지 예고되면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칭다오 화물항로 개설 협정’의 위법성 및 도민 혈세 낭비에 관한 주민감사 청구에 나선다고 밝혔다.
감사 청구 대상은 칭다오 항로에 대한 선사 손실보전금 지급과 중앙투자심사 누락에 따른 보통교부세 감액 등을 초래한 행위다. 예산 외 의무부담과 예산 집행, 재정 운영에 관한 유관 사무도 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감사 결과에 따라 전임 오영훈 도지사에 대한 구상권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재정법'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부담을 수반하거나, 장래 '예산 외 의무부담'이 발생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해 사업의 경제성 등을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
문제는 제주도가 칭다오 항로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중앙투자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전임 오영훈 도정은 철저한 물동량 예측 없이 사업을 추진해, 2025년 10월 첫 출항 이후 2026년 5월까지의 실제 운송량은 손익분기점의 고작 10.4%에 그쳤다"며 이로 인해 선사 측에 막대한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심각한 재정 낭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낭비된 선사 보전금 48억 원 외에도, 법제처의 위법 확정 판단에 따라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 약 228억 원이 감액되는 재정적 페널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칭다오 항로 물동량 손익분기점은 항차당 약 200~220TEU 수준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신규 항로 개설 직후인 2025년 11월 항차당 평균 물동량은 14TEU에 불과했고, 같은 해 말 평균 물동량도 약 30TEU에 그쳤다. 올해 4월에도 물량이 33.6TEU에 머물면서 손익분기점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저조한 물동량은 제주도의 재정 부담으로 직결됐다. 제주도가 항로 개설 당시 중국 선사 측에 운항 손실을 보전하기로 협약했기 때문이다.
협약에 따른 손실보전 규모는 연간 최대 약 73억 원, 3년간 최대 약 219억 원에 이른다. 물동량이 손익분기점과 격차가 벌어질수록 제주도가 부담해야 할 손실보전금도 그만큼 커진다.
현재까지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해 선사에 지급한 보전금은 48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중앙투자심사 누락에 따른 행안부의 교부세 약 228억 원의 감액 페널티까지 현실화할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도의회에서도 오영훈 전 지사에 대한 책임론은 거센 질타를 받았다.
위성곤 지사는 지난 7일 진행된 도의회 도정 질문에서 물동량이 10%에 그친 전임 도정의 칭다오 항로 혈세 낭비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중앙투자심사 누락 문제는 이미 정부기관의 판단을 받은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제주-칭다오 신규 항로 개설 협정이 중앙투자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제주도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법제처는 지난 6월 해당 협정이 장래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예산 외 의무부담' 행위로 해석된다며, 지방재정법상 투자심사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민감사 청구를 위한 절차도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주민감사 청구 통로인 행정안전부의 ‘주민e직접’을 통해 지난 8월 20일 대표자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주민감사청구인수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제주도민 150명 이상의 유효 서명을 확보하고, 청구인명부를 제출하면, 행안부는 청구 요건과 내용을 심사한 후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로 수백억 원의 재정 손실을 초래한 결재라인 및 최고 책임자의 오판에 대해 그 전말을 철저히 규명하고, 행정적·사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주민감사청구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감사를 통해 손실액에 대한 현 도정의 구상권 청구 등 재정 회복 조치가 강력히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감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주=현창민 기자(cmi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