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애플이 오랫동안 이어온 ‘가을 아이폰’ 공식을 깼다.
매년 9월 일반형부터 프로·프로맥스까지 주력 아이폰을 한꺼번에 공개해 연말 성수기를 공략했지만 올해는 일반형을 빼고 비싼 제품만 먼저 내놨다. 내년 봄 일반형을 추가해 아이폰 신제품 효과를 연중 두 차례로 나누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와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매년 함께 등장했던 일반형 아이폰18이 없다는 점이다.
2019년 아이폰11 시리즈는 일반형과 프로·프로맥스 3종으로 나왔다. 2020년부터는 일반형·미니·프로·프로맥스 등 4종 체제가 자리 잡았고, 이후 미니가 플러스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아이폰17·에어·17 프로·17 프로맥스가 함께 등장했다. 세부 모델은 달라져도 ‘가을에 한 세대의 주력 아이폰을 한꺼번에 공개한다’는 틀은 유지됐다.

올해는 달라졌다. 애플은 이날 1199달러 아이폰18 프로와 1299달러 프로맥스, 1999달러 듀오만 내놨다.
일반형 아이폰18은 내년 봄에 출시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올해부터 신제품 출시를 가을과 봄으로 나누고 일반형 아이폰18 등 나머지 모델을 2027년 1분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을엔 비싼 아이폰부터…메모리 대란도 영향
애플이 최대 성수기인 가을에 일반형을 뺀 배경에는 우선 늘어난 제품 수가 있다.
폴더블 제품인 아이폰 듀오까지 등장하면서 한꺼번에 생산하고 판매해야 할 아이폰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출시 시기를 나누면 생산 부담을 분산하면서 9월과 이듬해 봄 두 차례에 걸쳐 신제품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여기에 메모리 가격 폭등까지 겹쳤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거 사용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했고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D램과 낸드 가격은 1년 전보다 300% 이상 상승했다. 이에 올해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581달러로 전년보다 27.6% 오를 전망이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6.7% 감소하지만 시장 매출은 오히려 6.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덜 팔고 비싸게 파는’ 시장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나빌라 포팔 IDC 수석연구책임자는 “메모리 비용은 1년 전보다 거의 300% 올랐고 저가 제품에서는 원가의 65% 이상을 차지한다”며 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18 프로와 프로맥스 가격은 전작보다 각각 100달러 올랐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일반형 아이폰18이 미뤄진 배경 중 하나로 메모리와 반도체 부족을 지목하며 애플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에 부품을 우선 배분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의 사믹 채터지 애널리스트도 애플의 새로운 출시 전략에 대해 고급 제품의 기능을 부각해 소비자를 상위 모델로 유도하는 “프리미엄 제품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JP모건은 소비자가 올가을 비싼 아이폰을 선택할지, 내년 나올 저렴한 제품을 기다릴지는 변수로 꼽았다.

삼성은 1년 내내 '이어달리기'…애플도 연중 승부로
애플의 변화는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연초 갤럭시 S 시리즈로 플래그십 시장의 문을 연다. 이 제품을 연중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7월께 갤럭시 Z 폴드·플립 신제품을 투입해 하반기 프리미엄 수요를 다시 공략한다. 폴더블은 갤럭시 S만큼 판매량이 크지는 않지만 삼성의 기술력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판매량과 점유율을 받치는 것은 갤럭시 A 시리즈다. 다양한 가격대의 A 시리즈를 세계 각지에서 판매하고 갤럭시 S의 주요 기능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FE 모델도 투입한다. S→Z로 프리미엄 신제품 효과를 이어가면서 A·FE로 물량을 받치는 구조다.

이런 포트폴리오 차이는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며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DC는 올해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가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 역시 높은 브랜드 충성도와 구매력을 바탕으로 선방하면서 올해 iOS의 연간 점유율이 역대 최고인 2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 공급난을 견디는 데 유리한 업체의 조건으로 규모와 폭넓은 제품군, 특히 고가 제품 비중을 꼽았다.
양왕 수석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삼성은 향후 몇 분기의 공급 부족을 견디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