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삼성 일가의 '12조원 상속세' 부담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빌렸던 돈을 갚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홍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보통주 718만8793주를 장외에서 매수할 계획이다. 거래 예정일은 다음 달 12일이다.
예정 가격은 주당 26만9500원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거래금액은 약 1조9374억원이다. 실제 거래 가격과 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거래는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 측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번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 해당 대출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거래는 주식시장에 대규모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장외거래 방식으로 진행된다. 홍 명예관장이 보유 주식을 시장에 대량 매도할 경우 삼성전자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 회장이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거래의 배경에는 2020년 10월 이 선대회장 별세 이후 시작된 삼성 일가의 상속세 납부가 있다.
홍 명예관장과 이재용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약 12조원에 달했다. 유족들은 막대한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하는 대신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선택했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 일가는 배당금과 금융기관 대출을 활용하는 한편 보유 주식도 여러 차례 매각했다.
특히 홍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여러 차례 처분했다. 올해 4월에도 마지막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를 약 3조원에 매각했다. 상속세 납부는 올해 끝났지만 이를 위해 받은 대출금 상환이 남아 이번 거래로 이어졌다.
홍 명예관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삼성물산 지분도 이 회장에게 넘겼다. 지난해 말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180만8577주(1.06%) 전량을 이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했고 올해 1월 증여가 이뤄졌다.
이 회장은 5년간 상속세를 내는 과정에서 보유한 삼성 주요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마련하는 동안 기존 지분을 유지했고, 최근에는 홍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물산 지분을 증여받은 데 이어 삼성전자 지분도 늘리게 됐다.
이번 거래가 예정대로 끝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9755만1953주에서 1억474만746주로 증가한다. 지분율은 1.47%에서 1.58%로 0.11%포인트 높아진다.

한편 이번 거래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가 삼성 지배구조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 회장이 모친인 홍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지분율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 측은 이번 거래를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거래의 직접적인 목적은 홍 명예관장의 상속세 관련 대출금 상환이다. 모친인 홍 명예관장과 이 회장 간 개인 간 주식 매매인 데다, 삼성 일가 전체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삼성 일가의 상속세 정리 과정에서 남은 재무적 부담을 덜어내는 동시에,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