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유일 전시 작가, 달빛마을로 돌아왔다”…배수아가 건네는 달성군에서의 ‘행복’

“‘경주 APEC’ 유일 전시 작가, 달빛마을로 돌아왔다”…배수아가 건네는 달성군에서의 ‘행복’

세계 CEO들 시선 붙잡았던 ‘APEC 기념도’ 배현희(배수아)…달성 참꽃갤러리 개인전
14일부터 ‘Happiness is here’…낡은 천·실오라기에 다시 피워낸 사랑과 공존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유일하게 작품을 전시하며 세계인들에게 한국 미술을 선보였던 배현희(배수아) 작가가 이번에는 화려한 국제무대가 아닌 조용한 ‘달빛마을’로 돌아왔다.

그가 이번에 관람객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이곳에 있다”

배현희(배수아) 작가가 APEC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배수아]

대구 달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달성군청 참꽃갤러리는 오는 1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전시지원사업으로 배수아 작가의 개인전 ‘Happiness is here’를 개최한다.

배 작가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2025 경주 APEC 기념도’를 선보인 작가다.

당시 국가급 보안이 적용된 행사 특성상 예술작품 전시가 엄격하게 제한된 가운데 그의 작품은 행사장 입구에 전시된 유일한 회화작품으로 세계 기업인과 참석자들을 만났다.

가로 280㎝, 세로 185㎝의 대작에는 신라의 역사와 경주의 문화유산, 한글의 조형미와 APEC 21개 회원국의 화합을 담았다. 옻칠과 닥종이, 자개, 먹, 경면주사 등 전통 재료와 아크릴·오일페인팅 등을 결합해 1년여에 걸쳐 완성했다.

세계 정상과 글로벌 기업인들이 모인 APEC 무대에서 ‘한국과 경주’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참꽃갤러리에서는 다시 ‘나와 당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배수아 개인전 포스터 [사진=달성군]

그 중심에 배수아 특유의 ‘달빛마을’이 있다.

작품 속 집들은 하나같이 다르다.

크기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 어느 집은 반듯하고 어느 집은 자유롭다. 작가에게 이 집들은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러나 밤이 찾아오면 모두 같은 달빛 아래 놓인다.

올망졸망 모인 집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긴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을 닮았다.

배수아에게 ‘집’은 사람이 되고, ‘달빛마을’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축소판이 된다.

작품을 만드는 재료 역시 그의 세계관과 닮았다.

천과 풀어진 실오라기, 낡은 소재 등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버려질 수 있는 것들을 화면으로 불러들인다.

불규칙한 질감과 오래된 천의 흔적, 짙은색과 연한색의 변화가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배수아 작가 작품, 대지위에 피어난 상생 [사진=배수아]

업사이클링(Upcycling)은 그래서 배수아에게 단순한 제작기법이 아니다.

쓸모를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에서도 다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버려진 소재를 작품으로 되살리는 과정에는 물질의 순환과 환경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상처받고 지친 현대인의 삶 역시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위로가 겹쳐진다.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하트도 같은 맥락이다.

하트는 장식적 기호가 아니라 인간을 서로 연결하고 존재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인 ‘사랑’을 상징한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결국 같은 사랑이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배 작가는 빠르고 경쟁적인 시대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렇다고 현실의 삭막함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지는 않는다.

오염되고 시끄럽고 숨 막히는 세상을 자유로운 상상력과 색채,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따뜻하고 정돈된 풍경으로 다시 만들어낸다.

APEC의 거대한 화폭에서 21개국의 화합을 그렸던 작가는 이제 작은 달빛마을에서 사람과 사람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배수아 작가 작품, 시간이 피워낸 안식 [사진=배수아]

최재훈 달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속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 곁에 머무는 작지만 소중한 행복과 희망을 발견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달성군청 2층 참꽃갤러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세계가 모인 APEC에서는 한국과 경주의 이야기를 그렸고, 다시 돌아온 달빛마을에서는 우리 각자의 삶을 그린다. 무대는 달라졌지만 배수아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하나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할 때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달빛 아래 올망졸망 모여 있는 집들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Happiness is here.’

행복은 지금 이곳에 있다. 오늘도 그곳에서 사랑이 싹튼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