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포스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실제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최대 철강산업 현장인 광양제철소와 지역사회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이번 부분파업으로 광양제철소 전체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노사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해 파업 규모가 확대될 경우 협력업체와 물류업계는 물론 광양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노동조합은 9일 오전 7시부터 11일 오전 7시까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부 생산라인을 대상으로 48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광양제철소에서는 열연강판 표면의 산화스케일을 제거하는 냉연 전처리 공정인 산세공장 전 라인이 파업 대상이다.
노조 측이 밝힌 광양제철소 파업 참여 규모는 약 80명이다. 회사는 사전 대응을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이 주목받는 것은 1968년 포스코 창사 이후 노조가 실제 생산현장에서 파업에 들어간 첫 사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 48시간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이후’
현재 지역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48시간 부분파업 자체보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 이후에도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16일부터 파업 대상 공장을 확대하고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120시간 규모의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갈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에 따라 10월 전면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이번 주 노사협상이 향후 사태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파업이 일부 공정에 한정된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면, 2차와 그 이후의 파업은 생산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제철소 자체만으로 움직이는 사업장이 아니다.
원료와 제품 운송부터 설비 유지·보수, 정비, 건설, 물류 등에 수많은 협력업체가 연결돼 있다.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되고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그 영향이 포스코 내부에서 끝나지 않고 협력업체의 작업량 감소와 물류 위축, 근로자 소비 감소 등을 거쳐 지역상권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노조도 회사도 물러서기 쉽지 않은 상황
노사 간 요구안의 차이도 적지 않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2.0% 인상과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노조는 임금뿐 아니라 현장의 인력 부족과 노동환경, 안전과 설비투자, 직원에 대한 정당한 보상 문제 등이 누적됐다는 입장이다.
회사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철강경기 부진, 원가 부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와 글로벌 철강산업의 어려운 경영환경이 맞물리면서 어느 한쪽도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 이번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광양에서는 더욱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광양에서 포스코의 파업은 다른 지역의 일반적인 대기업 노사분규와는 무게가 다르다.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수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 운송·물류업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고 이들의 경제활동은 음식점과 숙박업, 유통업 등 지역 소비경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제한적인 부분파업을 곧바로 지역경제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16일 2차 파업에 이어 10월 전면파업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지역경제가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철강산업 자체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생산현장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회사에는 생산성과 대외 신뢰도 측면에서, 노동자에게는 임금손실과 고용불안 측면에서 모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협력업체들은 그 사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첫 파업’이 장기 갈등의 시작 돼서는 안 돼
포스코가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창사 첫 파업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쟁의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동시에 철강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고 광양제철소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노사 모두 파업 장기화가 가져올 파장 역시 무겁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첫 파업’이라는 상징성이 노사 간 장기 대립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한 번 시작된 파업이 규모를 키우며 반복되면 노사 간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그 부담은 결국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에도 전가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승패가 아니라 노사가 다시 협상테이블에서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일이다.
포스코 창사 이후 처음 시작된 파업이 새로운 노사갈등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 광양지역이 이번 사태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