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증권사-미래에셋①] 5대 은행도 제쳤다⋯'3조 미래에셋' 질주

[공룡 증권사-미래에셋①] 5대 은행도 제쳤다⋯'3조 미래에셋' 질주

설립 27년 만에 중소형사에서 '자기자본 16조' 초대형사로
증시 활황·해외 투자 '잭팟'⋯업계 최초 2분기 연속 '순익 1조'
실적 '스페이스X 리스크' 과제⋯"안정적 수익성 확보 관건"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과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타고 은행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고, 키움증권도 1조원대 순이익을 거두며 리테일 강자의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급성장의 이면에는 신용융자, 위험자산 확대에 따른 변동성도 자리한다. 오너 2·3세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승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성장 동력과 이면의 위험, 승계구도, 포용금융 수준을 짚어본다. [편집자]

미래에셋증권 센터원 건물 전경과 박현주 회장.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편집 이미지 [사진=챗GPT 제작]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변두리 중소형사에서 자기자본 16조원 규모의 대형 증권사로.' 미래에셋증권이 은행이나 대기업 모회사 없이 영업력을 기반으로 27년 동안 성장해 온 길이다. 대우증권 인수로 몸집을 키운 뒤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등으로 수익원을 넓히며 올해는 분기 순이익에서 5대 은행을 모두 넘어섰다.

'업력'보다 '실력' 승부…미래에셋증권 발자취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대형사와 비교해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삼성·현대·LG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나 금융그룹을 기반으로 성장한 경쟁사들과 달리 별도의 모회사 지원 없이 증권업 자체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증권업 부문 내 다양한 최초 시도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병행하며 자기자본을 키워왔다.

미래에셋그룹 핵심 축인 미래에셋증권의 시초는 인터넷 증권사다. 1999년 설립됐을 때 당시 사명은 'E미래에셋증권'이었다. 이듬해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설하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뒤 사명을 현재와 같이 변경했다.

후발주자였던 미래에셋증권이 택한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것이었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뮤추얼 펀드 판매를 시작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랩어카운트 상품을 처음 판매한 것도 미래에셋증권이다. 2004년엔 SK투자신탁운용을 인수한 후 처음으로 포털사이트에서 주식 매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는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된 2010년 최초의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주식 거래 서비스 도입으로 이어진다.

미래에셋증권이 지금의 대형 증권사로 도약한 결정적 변곡점은 대우증권 인수였다. 대우증권은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이 전신으로 1973년 대우그룹에 편입됐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2000년 대우증권 경영권은 한국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2015년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에 나서자 미래에셋증권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경쟁사인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등을 제치고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2017년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역합병하는 방식으로 완전 통합에 이른다. 이때부터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은 자기자본 규모 1위 증권사로 올라섰다.

2분기 연속 '1조 클럽'⋯은행 넘어선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실적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머니 무브'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분기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 실적도 국내 주요 은행을 모두 앞질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순익은 2조9072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88% 급증한 1조1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엔 이보다 90% 증가한 1조905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한 분기 만에 경신했다. 증권업계 최초로 2개 분기 연속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올 2분기 순익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국내 5대 시중은행 비교 [사진=챗GPT 제작]

특히 증권사가 개별 은행의 이익 규모를 넘어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5대 시중은행 중 순익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익은 미래에셋증권보다 약 6000억원 적은 1조3015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은 KB국민(1조1240억원)·하나(1조213억원)·우리(8427억원)·NH농협(6052억원) 등 다른 주요 은행도 모두 앞섰다.

그동안 증권사는 실적 면에서 은행에 뒤처졌던 것이 사실이다. 은행은 대규모 예금 기반 대출 예대마진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 증권사와 비교해 훨씬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증시 활황으로 은행 예금이 주식 자금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증권사는 투자은행(IB)·운용(S&T)·자산관리(WM) 등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수료 부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 호실적의 한 축도 거래수수료다. 2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 대비 36% 증가한 6256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2163억원)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넥스트트레이드 포함)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23조6000억원에서 90조원으로 뛴 영향이다.

미래에셋증권 브로커리지 관련 수수료 등 주요 지표 추이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기업 투자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6월 역대 최대 규모로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에도 초기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2022~2023년에 걸쳐 투자한 약 4000억원은 올 2분기 자기자본투자(PI) 평가손익 1조6407억원으로 되돌아왔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평가손익이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이후 키워온 막대한 자기자본을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성장기업에 투자해 수익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의 지속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국내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횡보하면서 거래대금이 점차 줄고 있어서다. 실적의 상당 부분이 스페이스X 단일 종목 중심의 PI 평가손익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 요인이다. 실제로 2분기 세전이익(2조5287억원) 중 스페이스X의 평가이익은 1조6242억원으로 전체의 약 64.23%를 차지한다.

16조 덩치에 걸맞은 '본업 체력' 입증해야

역대 최대 실적은 미래에셋증권의 강점과 동시에 약점도 드러냈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가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투자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반대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이 스페이스X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구조가 된 점은 부담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지분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로 분류해 매 분기 말 시가를 재평가한다. 스페이스X는 주당 135달러에 상장한 뒤 한때 200달러를 돌파했으나 지난달 반락하며 여러 차례 공모가 밑에서 거래를 끝냈다. 8일(현지시간) 종가는 153.47달러로 공모가 대비 13% 오른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의 남은 과제는 평가손익을 제외한 본업의 이익 체력을 얼마나 더 탄탄하게 다지느냐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따른 대규모 평가이익을 인식한 상반기는 좋으나 하반기부터는 주가 손익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할 것"이라며 "대규모 자기자본 대비 안정적인 수익성을 입증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