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을 중심으로 펼쳐온 축구 마케팅을 매년 이어지는 유럽 클럽 축구로 확장한다.
올여름 북중미월드컵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차량 1500대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인 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새로운 무대로 택했다. 27년간 쌓아온 축구 마케팅 경험을 유럽 전기차 판매와 로보틱스·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을 키우는 데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6~2027시즌부터 2030~2031시즌까지 5개 시즌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자동차 파트너로 활동한다. 파트너십은 UEFA와 유럽 800여개 축구클럽을 대표하는 유럽축구클럽협회(EFC)의 합작법인 UC3가 운영한다.
현대차는 전 세계 인구 약 3명 중 1명이 챔피언스리그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대표 단위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에 더해 지역별로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유럽 클럽 축구까지 마케팅 접점을 넓힌 이유다.
FIFA와의 파트너십은 2030년까지, 챔피언스리그 후원은 2030~2031시즌까지 이어진다. 짧은 기간에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과 매년 시즌제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활용하면서 축구 마케팅의 공백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월드컵에서 ‘챔스’로…4년 주기를 연중 마케팅으로
현대차가 축구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당시 월드컵을 포함한 FIFA 주관 대회 13개의 후원 권리를 확보하고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공식 파트너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로 27년째다.
축구는 현대차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대회 64경기마다 현대차 브랜드가 평균 15분씩 노출됐다.

최근에는 경기장 광고와 차량 지원에서 벗어나 전동화와 로보틱스 등 그룹의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현대차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226대를 공식 운영 차량으로 투입했다. 올해 북중미월드컵에는 승용차 994대와 버스 506대 등 총 1500대를 공급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식 운영 차량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북중미월드컵 16강전 하프타임에 등장했다.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재현한 뒤 심판에게 공을 건넸다. 아틀라스의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1600만회 이상 조회됐다. 현대차가 축구를 자동차뿐 아니라 로보틱스와 AI 기술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무대로 활용한 사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이어간다. 전기차와 스마트 모빌리티뿐 아니라 로보틱스, 피지컬 AI, 소프트웨어 등 완성차 밖으로 넓어진 현대차그룹의 사업 영역을 전 세계 축구팬에게 알릴 계획이다.
월드컵이 단기간에 강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낸다면 챔피언스리그는 매년 수개월간 경기가 이어진다. 현대차로서는 신차 출시와 고객 체험 행사를 경기 일정에 맞춰 반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판매 3위 유럽…전기차 42만대 목표 뒷받침<
현대차가 챔피언스리그를 택한 또 다른 배경은 유럽 시장의 중요성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유럽 소매판매량은 60만3782대로 북미 119만2919대, 한국 71만2954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인도 판매량 57만4536대보다 약 2만9000대 많았다.
유럽은 현대차의 핵심 시장인 동시에 전동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의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1만2266대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판매를 지난해 약 11만6000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5년 만에 판매 규모를 3.6배로 키워야 한다.
현지 사업 기반도 갖췄다. 현대차는 유럽 42개 시장에서 2000곳 이상의 판매·서비스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뤼셀스하임의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센터에서 현지 전략형 차량을 개발하고 체코와 튀르키예 공장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70% 이상은 현지에서 개발·시험·생산된 모델이다. 챔피언스리그 후원으로 높인 인지도를 현지 판매망과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아이오닉3 출시와 후원 시점 맞물려
챔피언스리그 파트너십의 선봉에는 유럽 전략형 소형 전기 해치백 ‘아이오닉3’가 선다.
아이오닉3는 유럽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해 현지에서 디자인·개발한 차량이다. 지난달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롱레인지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최대 497㎞다. 현대차가 2026~2027시즌 유럽에 투입하는 주요 신차 5종 가운데 첫 번째 모델이다. 신차 출시와 챔피언스리그 후원 시작 시점이 맞물린다.

챔피언스리그에는 한 시즌 36개 구단이 참가해 총 189경기를 치른다. 현대차는 경기장 광고와 차량 지원, 팬 체험 행사 등에 아이오닉3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실제 구매로 연결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챔피언스리그는 팬들이 선호하는 기능과 뛰어난 디자인을 갖춘 현대차 차량을 선보일 이상적인 플랫폼"이라며 "유럽 전역의 팬들과 소통하게 돼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