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환경위기시계 지난해보다 41분 빨라져…'매우 위험' [지금은 기후위기]

韓 환경위기시계 지난해보다 41분 빨라져…'매우 위험' [지금은 기후위기]

환경재단-아사히글라스재단, 2026 환경위기시계 발표

우리나라 환경위기시계가 다시 자정에 가까워지면서 '매우 위험'한 수준을 보였다. [사진=환경재단]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환경위기시계가 지난해보다 41분 빨라졌다. ‘매우 위험’하다는 경고음이다.

환경재단(이사장 최열)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은 '2026 환경위기시계'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올해 한국의 환경위기시각은 9시 34분으로 지난해 8시 53분보다 41분 자정에 가까워졌다. 이는 한국의 환경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매우 위험' 수준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2026 환경위기시계는 전 세계 123개국 1464명의 환경·지속가능발전·ESG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했다. 국가와 지역별로 가장 시급하게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환경 분야 데이터를 가중 평균해 산출됐다.

환경위기시계는 시곗바늘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인류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짐을 경고하는 동시에, 그만큼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환경위기시계는 2020년 이후 자정에서 꾸준히 멀어지며 위기의식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조사 시작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매우 위험’에서 ‘위험’ 단계로 내려가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실과 반대로 한국인의 환경 인식이 오히려 낮아지는 ‘위험한 역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환경재단은 올해 시곗바늘이 다시 자정을 향해 크게 움직이며 위기의식이 급등한 배경에 대해 복합 기후재난의 확산을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 폭염과 대형 산불, 집중호우와 산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는 사람이 늘었다. 이것이 무뎌졌던 위기의식을 다시 일깨웠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한국 응답자 수가 지난해 245명에서 51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응답자 규모의 확대가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환경위기시계는 9시 39분으로 지난해(9시 33분)보다 6분 자정에 가까워지며 2001년 이후 올해까지 26년 연속 '매우 위험' 구간인 9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유럽(10시 10분)과 북아메리카(10시 09분)가 자정에 가장 가까워 가장 높은 위기의식을 보였다.

중동 지역(9시 13분)은 환경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세계 평균(9시 39분)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게 나타난 데 비해, 20·30대는 낮은 수준을 보여 세대별 환경 인식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로 꼽은 것은 △기후변화(33%) △생물다양성(16%) △사회·정책(13%) 순이었다.

기후변화는 2011년 이후 전 세계 응답자들이 가장 높은 위기의식을 보여 온 분야로 기후 대응이 인류의 최우선 환경 과제임을 거듭 확인했다.

글로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 리더십과 적극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인됐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서 ‘정부의 환경 정책과 리더십(60~79%)’과 ‘국제협력 및 글로벌 거버넌스(40~50%)’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한국의 환경위기시계가 1년 만에 41분 자정에 가까워진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위기의식이 다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결과”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높아진 위기의식을 일시적인 경고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실질적인 대응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한일 양국이 함께 발표해 온 환경위기시계는 인류가 체감하는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며 “올해 한국의 위기의식이 크게 높아진 것은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등 기후재난이 반복되면서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삶을 직접 위협하는 현실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팔 대홍수 사례가 보여주듯 기후재난의 피해는 국경과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며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긴밀한 연대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1992년 처음 시작된 환경위기시계(Environmental Doomsday Clock)는 국가별 환경오염에 따른 인류 생존의 위기 의식 정도를 시간으로 표현한 세계 환경위기 평가지표로, 환경재단과 아사히글라스재단은 2005년부터 매년 공동으로 발표해오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