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만기 장기전세' 연장 없다…기다리는 시민 많아"

오세훈 "'만기 장기전세' 연장 없다…기다리는 시민 많아"

"20년은 '내집 마련' 돕는 기간...예외 없어"
"고령·거동 불편한 분들 다른 공공임대 연계 검토"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거주기간 20년 만기를 채운 장기전세주택의 계약연장이나 분양전환은 없다고 못박았다. 입주를 기다리는 많은 시민들도 공평하게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취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 시장은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 간담회에서 "(장기전세주택 거주기간 만기 이후에도) 더 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좀 시끌시끌한 상황"이라며 "(장기전세주택은) 20년이라는 기간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는 것이 당초 취지다. 서울시는 (만기 후 퇴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전세주택 당첨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너무 많다"며 "그분들도 서울 시민이기 때문에 똑같은 기회를 누리셔야 한다. 그래서 연장 기회를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도 "고령이나 거동 불편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적을 줄이거나 매입임대주택 등 다른 공공임대주택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기전세주택 입주민·퇴거자 13명과 주거·부동산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이들로부터 장기전세주택 거주 경험과 내 집 마련 사례, 제도 개선 의견 등을 들었다.

장기전세주택 세입자들 "안정적 거주, 내집 마련 도움"

참석자들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아낀 주거비를 저축하거나 청약 준비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기전세주택 퇴거자인 한 참석자는 "2010년부터 12년간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한 뒤 내 집을 마련했다"며 "단순히 넓은 집으로 이사한 게 아니라 삶에 희망과 여유,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또 다른 퇴거자 참석자는 "약 9년간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며 저축과 청약을 준비한 끝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며 "장기전세주택 제도가 없었다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희망토크'가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서울시]

반면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입주민 참석자는 "가구원이 늘어나도 평형을 변경하려면 사실상 재청약이 필요한 만큼, 장기간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가구 구성 변화까지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 제도의 본래 취지인 '자산 축적→내 집 마련'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소득·자산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또 다른 입주민 참석자는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면서 자산을 모아도 기준을 넘으면 나가야 한다는 불안이 있다"며 "자산을 안정적으로 모아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장기전세주택이 주거 사다리로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의 소득 기준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서 일반 가구와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장기전세주택의 주요 성과"라며 "현재 장기전세주택의 45%가 역세권에 있고 83%가 초등학교 인근이고, 500가구 이상 대단지가 45%를 차지한다. 이같은 좋은 입지에 거주할 기회를 20년 동안이나 준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년 만기 연장 문제에 대해선 "장기전세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서 해결해야 한다"며 "만기 연장은 입주 대기 수요를 고려할 때 서울시로서 부담이 큰 선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분양전환 등 이슈...본 취지 지켜야 좋은 제도로 정착"

이용갑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장기전세주택 제도가 현재의 성과를 넘어 자녀 세대에게 정말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줄 수 있는 등대와 같은 제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퇴거 문제라는지, 분양 전환의 문제 같은 이슈가 있지만, 제도 본래의 취지를 원칙적으로 잘 운용한다면 좋은 제도로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이 당초 목표대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장기전세주택 확보 물량은 3만8000가구가 넘고, 그동안 4만4000가구가 자발적으로 퇴거해 새로운 입주자에게 기회가 돌아갔다"며 "정말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성공적으로 자산을 축적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모범 사례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며 "시민들이 마음 편하게 자산을 축적하고 성공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실무진과 함께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보완해 장기전세주택이 주거 사다리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약기간 만료 전 퇴거 가구 82.4%,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로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시민에게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의 보증금을 부담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저축과 청약 등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서울시가 지난 2007년 도입했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되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실제 낮아진 주거비 부담은 입주 가구의 저축과 청약 준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월 평균 62만 5000원을 저축했고 83.7%가 청약통장을 보유했다.

제도 도입 이후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는 이달 기준 1만 5529가구로,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했다.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 4개월이었고, 퇴거 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60%)보다 12%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는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 등 만기가 도래하는 약 9300가구를 순차적으로 반환받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20년 만기 주택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 없이 재공급하되, 만기 가구의 안정적인 이주를 위해 사전 상담과 현장 설명회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