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약국 채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유통 채널이 약국의 더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약국은 덩치를 키운 창고형으로 진화하거나 이종 산업과 손잡으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뷰티는 온누리약국과 협력해 오는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문을 여는 '무신사 뷰티 홍대'에서 약국의 전문성을 결합한 '파머시 뷰티'를 선보인다.

무신사 뷰티 홍대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400평 규모이며, 이 중 온누리약국은 지하 1층 전체인 176㎡(약 53평)를 차지한다.
온누리약국은 전국 2200여 개 가맹 네트워크를 보유한 약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온누리약국은 '뷰티온누리'라는 상표를 출원하고 뷰티 제품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뷰티 홍대 지하 1층 전체가 온누리약국 매장이 될 것"이라며 "운영은 무신사 뷰티 홍대와 분리돼 있지만, 무신사 뷰티 고객인 20~30대의 피부 고민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약사가 직접 상담·판매해 매장 전체적으로 뷰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 뷰티 홍대에서는 온누리약국의 고기능성·이너뷰티 상품 중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과 브랜드를 함께 선정해 판매하며 약사가 상주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모발·두피 관리와 여드름·피부 트러블에 특화된 전용 공간도 운영하는 등 화장품부터 관련 의약품까지 상담받고 구매할 수 있다.
약국은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창고형 약국은 말 그대로 넓은 공간에 수천 개의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등을 진열해 일반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대형 마트 형태다.
대형화를 통해 제약사로부터 대량 구매를 하는 만큼 약값을 저렴하게 책정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약국의 매출 구조를 바꾸는 창고형 약국이 늘면서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하거나 과다 소비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정부는 하위법령에서 '창고'·'마트' 등을 금지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약국의 경계가 달라지는 흐름은 유통 채널에서도 나타난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에 제약사의 더마 화장품 등 약국에서 볼 수 있었던 제품들이 줄줄이 입점했다.
대웅제약을 비롯해 종근당·유한양행·동화약품·동국제약·동아제약 등은 다이소에 입점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그간 유통 채널에서는 드러그스토어 사업 모델을 줄기차게 시도했지만 시장 확대가 쉽지 않았다. 올리브영은 1999년 1호점을 열면서 약국을 배치했지만, 이후 약국을 떼어내고 뷰티 편집숍으로 진화해왔다.
다만 최근 몇년 새 K뷰티가 발전하면서 올리브영, 다이소는 물론 약국도 영향을 받았다. 약국은 전문성을 내세워 뷰티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까지 아우르며 하나의 판매 채널로 경쟁하는 대상이 됐다.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만 봐도 약국의 대형화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단계적인 변화를 통해 의약품의 안전관리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경계에 약사 불만 고조
이처럼 경계가 무너지고 약국이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면서 약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창고형 약국뿐 아니라 비대면 약 배송 등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전통적인 약국의 지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동주 서울시약사회 총회의장은 지난 4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의 전면 확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판매처 확대, 창고형 약국의 확산은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의약품을 보건의료의 영역에서 유통과 소비의 영역으로 옮기고, 약사와 약국의 역할을 전문성과 안전보다 편의·효율·규모와 가격의 논리로 재편하려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이 편의와 효율에만 치우친다면 약사의 전문성과 지역 약국의 기능이 약화되고, 끝내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지탱해온 지역사회 약료체계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