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런던을 약하게 만든다고 영국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2, 제3의 도시들이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전 영국 총리의 이 한마디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강조해 온 지방분권 철학이 맞닿았다.

수도권의 힘을 빼 지방에 나눠주는 ‘제로섬 분권’이 아니라 지역마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권한과 돈, 투자 결정권을 줘 국가 전체의 성장엔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세계지식포럼 특별대담으로 마련된 캐머런 전 총리와의 만남에서 정치 리더십과 지방분권, 인공지능(AI) 시대 정부의 역할, 국제질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지도자가 국민에게 미래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결정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영국 총리 재임 당시 연립정부 운영 경험을 소개하며 신뢰와 명확한 계획, 국민에 대한 설명을 정치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치가 겪은 혼란을 거론하며 정치적 승리 자체보다 ‘승리한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지사도 “정치는 국민의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한다”며 “듣기 좋은 말보다 어려운 결정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을 놓고는 두 사람의 생각이 더욱 선명하게 맞물렸다.
캐머런 전 총리는 분권이 정치적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교통·문화 인프라를 비롯해 재정과 금융, 지역의 투자 결정 능력까지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를 대한민국의 지방시대 문제로 연결했다.
그는 “진정한 지방시대는 수도권의 일자리 몇 개를 지방으로 옮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역이 산업을 선택하고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 금융을 함께 내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 권한을 주는 것은 중앙의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드는 일”이라며 지방분권을 단순한 지역 지원정책이 아닌 국가혁신 전략으로 규정했다.

AI 시대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대화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정부가 기업보다 먼저 유망 기술을 선택해 끌고 가기보다 기업과 인재가 자유롭게 도전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인재와 자본, 스타트업이 모이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기술의 초기 단계부터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캐머런 전 총리는 “한국은 상승하고 있다(Korea is on the rise)”고 평가하며 지난 70여 년의 경제성장뿐 아니라 문화·음악·교육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지사는 “세계가 불확실할수록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단할 때 결단하고 결정한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