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의료기관에서 이른바 ‘태움’을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피해 의료 인력의 보호와 회복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은 8일 의료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3법’을 대표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간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이다. 괴롭힘 발생 이후 개별 피해자의 신고와 대응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와 의료기관이 예방부터 피해 보상까지 책임지는 상시적인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입법 추진 배경에는 의료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광주와 전북 군산의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와 방사선사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한 뒤 잇따라 숨지면서 의료기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피해자 보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피해 사실을 신고하더라도 상담과 치료, 법률 지원, 업무 복귀 등 실질적인 보호와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의료기관 내 직장 내 괴롭힘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도 의료기관의 근무 환경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은 정부가 수립하는 보건의료 인력 종합계획과 관련 실태조사에 인권침해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피해 발생 시 심리상담과 치료뿐 아니라 법률·노무 상담, 업무 복귀와 직장 적응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 범위도 구체화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부터 신고 접수와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 등을 포함한 예방·대응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의료기관 인증기준에도 종사자 인권보호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도록 해 관련 제도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했다.
간호법 개정안은 간호인력 지원센터의 역할을 확대한다. 지원센터 업무에 인권침해 예방과 피해자의 회복 지원을 추가하고 정부가 수립하는 간호종합계획에도 인권침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회복에 관한 정책을 포함하도록 했다.
결국 이번 3개 법안은 국가는 실태 파악과 지원정책을 담당하고 의료기관은 예방·조사·보호 책임을 지며, 피해자는 상담부터 치료와 법률·노무 지원, 업무 복귀까지 도움을 받도록 하는 다층적인 안전망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 의원은 “최근 간호사와 방사선사의 잇따른 사망 사건은 의료기관 내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해자 개인의 적응 문제나 직원 간 갈등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무거운 경고”라며 “누군가 피해를 보고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만드는 일이 더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보건의료인력이 정작 자신의 일터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서비스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가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의료기관은 예방과 대응에 책임을 다하며, 피해자가 필요한 보호와 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