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남초 구조'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주요 건설사 8곳의 지난해 여성 관리자 비율은 평균 5% 수준에 그쳐 국내 주요 사업장 평균과 큰 격차를 보였다. 포스코이앤씨는 8곳 중 유일하게 여성 관리자 비율이 뒷걸음질쳤고 여성 임원도 0명이 됐다.
8일 본보가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SK에코플랜트·IPARK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 8곳의 최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관리자 비율은 단순평균 4.7%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은 건설을 비롯해 상사·패션·리조트 등 전체 사업부문의 인력 지표를 합산해 공시하고 있어 건설부문 단독 비교에서 제외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현대건설 보고서에 일부 별도 수치가 제시되지만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려워 분석 대상에서 뺐다.

'관리직'의 범위는 건설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GS건설은 대리·과장을 하위관리자, 차장 이상을 상위관리자로 분류하고 SK에코플랜트는 팀장·PL을 관리직으로 본다. 대우건설은 과장 이상을 여성 관리인력으로 집계하며 현대건설 등 일부 회사는 임원도 관리자에 포함한다. 이에 이번 분석은 각사가 보고서에 공시한 관리직 기준을 따랐다.
건설사별로 보면 GS건설의 여성 관리자 비율이 7.4%로 가장 높았다. 이어 △DL이앤씨 6.4% △SK에코플랜트 약 5.6% △대우건설 5.19% △롯데건설 약 4.8% △현대건설 4.72% △IPARK현대산업개발 3.9% △포스코이앤씨 1.8% 순이었다.
대부분 건설사에서 수치는 조금씩 개선됐다. GS건설은 여성 관리자 수가 2024년 242명에서 지난해 244명으로 늘면서 비율도 7.1%에서 7.4%로 상승했다. GS건설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여성 관리자 비율은 7.5% 이상이다.
DL이앤씨도 여성 관리자 비율이 같은 기간 5.9%에서 6.4%로 0.5%p 높아졌다. 회사는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30년까지 8%로 높이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우건설은 과장 이상 여성 관리인력이 165명에서 181명으로 늘면서 비율이 4.51%에서 5.19%로 상승했다. 2023년과 2024년 한 명도 없었던 여성 임원도 지난해 1명으로 늘었다. 여성 임원 비율은 1.54%다.
IPARK현대산업개발도 여성 관리자 비율이 3.0%에서 3.9%로 높아졌다. 상무 이상 여성 임원은 2024년 0명에서 지난해 1명으로 늘었다. 다만 최고경영진(C-level) 가운데 여성은 2023년 이후 한 명도 없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업계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여성 관리자는 2024년 10명에서 지난해 7명으로 줄었고 비율도 2.2%에서 1.8%로 떨어졌다. 전체 관리직 398명 가운데 남성은 391명, 여성은 7명에 불과했다.
임원 구성에서는 격차가 더 커졌다. 포스코이앤씨의 여성 임원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1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0명이 됐다. 전체 임원 수도 같은 기간 33명에서 25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 기준 임원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됐다.
직원 단계와 비교하면 관리직 진입 과정의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포스코이앤씨 전체 직원 5770명 가운데 여성은 645명으로 11.2%를 차지한다. 하지만 관리직에서는 여성 비율이 1.8%, 임원에서는 0%까지 낮아진다. 여성 직원 비율도 2023년 12.0%, 2024년 11.9%, 지난해 11.2%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직급별 격차는 포스코이앤씨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비관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18.95%였지만 전체 관리자로 올라가면 4.72%로 낮아졌다. 상위 관리자 중 여성은 3.27%, 임원은 3.23%에 그쳤다. 여성 관리자 비율 자체는 전년 4.43%보다 높아졌지만 직급이 상승할수록 여성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는 여전했다.
롯데건설 역시 전체 여성 임직원 비율은 2023년 10.8%에서 2024년 11.1%, 지난해 11.6%로 꾸준히 높아졌다. 회사는 신규 채용 인원의 여성 비율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여성 관리직 비율은 지난해 2.5%에 그쳤다. 여성 관리자는 전체 1977명 가운데 95명으로 집계됐으며 여성 임원도 1명에 머물렀다.
SK에코플랜트는 여성 관리자 수가 2024년 12명에서 지난해 13명으로 늘면서 비율이 약 5.0%에서 5.6%로 개선됐다. 반면 여성 임원은 같은 기간 4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전체 임원도 68명에서 54명으로 감소했다.
건설업의 낮은 여성 관리자 비중은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노사발전재단이 집계한 2024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자료를 보면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금융·보험업 25.01%, 정보통신업 19.72%, 도·소매업 33.78%로 집계됐다. 2025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적용 사업장 2711곳의 전체 평균도 22.75%에 달했다.
기업 전반과 비교하면 임원 구성의 차이도 확인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94곳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8.2%였다. 지난해에도 8.1%였다. 건설사 역시 여성 임원이 존재하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포스코이앤씨처럼 아예 여성 임원이 없는 경우가 남아 있는 셈이다.
건설업은 현장과 기술직을 중심으로 남성 종사자가 많은 산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실제 종합건설업의 여성 근로자 비중도 다른 서비스업보다 낮다. 다만 여러 건설사에서 여성 직원 비율보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더 낮고, 관리자에서 임원·최고경영진으로 올라갈수록 다시 여성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 인력 구성만으로 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건설사들이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여성 채용 확대와 다양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변화는 아직 제한적이다. 분석 대상 8개사 가운데 지난해 여성 관리자 비율이 10%를 넘어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높은 GS건설도 7%대에 머물렀다.
중장기 목표 역시 한 자릿수인 곳이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2030년 여성 관리자 비율 목표를 8%로 잡았고 현대건설은 5.59%를 제시했다.
한편 남녀 간 보수 격차도 여전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이 남성의 60.2% 수준에 그쳤다. GS건설은 직원 평균 기본급 기준 여성 보수가 남성의 67.8% 수준이었고, IPARK현대산업개발은 여성 보수 비율이 사무직 57.1%, 기술직 77.3%로 나타났다.
DL이앤씨는 여성 관리직의 기본급·성과급 합산 보수가 남성의 86.1%, 비관리직은 94.0% 수준이었다. 반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동일 직급 기준 남녀 기본급·보상 비율을 각각 100%로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능력 있는 여성 인재에게 승진 기회를 넓히는 것이 조직의 다양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단순한 성평등 문제를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 관리자와 임원 확대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며 "임원과 관리직,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면 리스크 관리와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지고 실적과 주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폐쇄적인 기업 구성원 구조는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인적 자원을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