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상 흑자냈지만 현금 말라간다…중견건설사 '돈가뭄'

장부상 흑자냈지만 현금 말라간다…중견건설사 '돈가뭄'

중견건설 12개사 영업현금흐름 적자 134억→814억 확대
미청구공사 7013억→7957억…12곳 중 9곳 전년比 증가
일성·남광 운전자본 유출 확대…두산건설, 대금회수 개선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중견건설사들이 장부상 이익을 내고도 실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중견건설사 영업이익은 전년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폭은 크게 늘었다.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이 증가하며 자금이 묶인 가운데 보유현금마저 줄어들자 단기차입금을 늘려 버티는 모습이다. 자금압박이 거세지면서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무리스크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시공능력평가 30~100위권 중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며 재무지표 비교가 가능한 12개사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2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2652억원보다 2.9%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본업을 통해 실제 들어오고 나간 돈을 보여주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심각한 경고음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34억원 순유출에서 올해 상반기 814억원 순유출로 적자폭이 680억원가량 확대됐다.

조사대상 12개사 가운데 10곳이 영업흑자를 냈지만 이중 7곳은 정작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장부상 이익이 실제 현금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유현금도 급격히 감소했다. 조사대상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732억원에서 1조1521억원으로 9.5% 줄었고 12곳 중 9곳에서 현금성자산 감소가 확인됐다.

반면 단기 유동성 대응을 위한 단기차입금 합계는 8052억원에서 9375억원으로 16.4% 급증했다. 12곳 중 8곳에서 단기차입이 늘었다. 차입 증가를 모두 현금부족 탓으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일부 건설사에서는 영업현금 유출과 현금성자산 감소, 단기차입 확대가 동시에 나타났다.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 역시 불어났다. 12개사 미청구공사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7013억원에서 올해 7957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조사대상 중 9곳에서 미청구공사가 늘었다.

미청구공사는 공정률에 따라 매출로 인식되지만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미청구공사 자체가 곧 부실로 직결되진 않지만 회수시차가 길어지면 손익계산서상 이익이 실제 현금으로 전환하는 시점도 늦어진다.

각사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자금압박 원인은 미청구공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매출채권이나 선급금이 늘거나 지급을 미뤘던 매입채무와 공사선수금이 줄어들며 현금유출을 자극했다. 장부상 동일한 이익을 거두더라도 대금회수와 협력업체 대금지급 시점에 따라 실제 자금사정이 달라지는 구조다.

일성건설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4억원을 올렸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50억원 순유입에서 올해 418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현금성자산은 237억원에서 143억원으로 감소했고 단기차입금은 44억원에서 230억원으로 5배이상 급증했다.

현금유출 경로 역시 명확하다. 일성건설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 변동은 지난해 78억원 유입에서 올해 495억원 유출로 뒤집혔다. 매출채권 증가로 약 226억원가량 자금이 묶였고 매입채무 감소 133억원, 공사선수금 감소로 97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298억원 현금유입 효과를 냈던 공사선수금이 올해는 유출요인으로 돌아선 것이다.

남광토건도 사정은 비슷하다. 상반기 영업이익 45억원을 거뒀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8억원에서 올해 -440억원으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같은기간 현금성자산은 490억원에서 301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단기차입금은 290억원에서 329억원으로 늘어났다.

운전자본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지난해 90억원에서 올해 509억원으로 불어났다. 기타채권 증가가 332억원, 기타유동자산 증가가 251억원 유출요인이 됐고 매입채무 감소로도 약 208억원이 빠져나갔다. 미청구공사 변동은 지난해 215억원 현금유입 요인에서 올해 22억원 유출요인으로 바뀌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동원개발은 현금유출 양상이 다소 달랐다. 상반기 74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56억원에서 -226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현금성자산은 1707억원에서 868억원으로 반토막(49.2% 감소)났고 단기차입금은 5억원에서 759억원으로 폭증했다.

미청구공사 성격인 계약자산 감소로 274억원이 유입됐지만 매출채권 증가로 355억원이 묶였고 매입채무 감소로 331억원이 유출됐다. 선급금 증가도 73억원가량 유출로 이어졌다. 대금을 받는 속도와 지급시점 사이에서 자금부담이 커진 셈이다.

SGC E&C는 미청구공사가 533억원에서 104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781억원에서 321억원으로 줄었고 단기차입금은 2080억원에서 2904억원으로 39.6% 늘었다. 다만 공사미수금 407억원을 회수하고 선수금이 증가한 덕에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는 지난해 -1008억원에서 올해 -522억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두산건설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1183억원에서 올해 803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현금성자산도 1455억원에서 272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미청구공사는 1798억원에서 1358억원, 공사미수금은 4351억원에서 2386억원으로 감소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다만 단기차입금이 639억원에서 1711억원으로 늘어 현금창출력이 개선되긴 했지만 차입부담 자체를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두산건설을 제외하면 중견건설사 현금흐름 악화는 한층 뚜렷해진다. 나머지 11개사 영업활동현금흐름 합계는 지난해 상반기 1048억원 순유입에서 올해 1617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현금성자산 역시 1조1276억원에서 8794억원으로 22.0% 감소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손익개선 여부와 별개로 공사대금 회수지연과 차입부담 누적을 최대 위험변수로 꼽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부여한 주요 건설사 합산 순차입금은 2024년말 8조2000억원에서 올해 3월말 1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비주택사업 입주지연이 겹치면서 공사대금 회수가 차질을 빚고 차입금 상환도 미뤄졌다는 분석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방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는 특정 현장 분양부진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험이 회사 전체 신용도를 훼손할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건설사별 공급물량과 실제 분양·입주실적, 공사대금 회수 성과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