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기택 기자] 전북 군산 옥구읍성에서 후백제 시대 건물과 생산시설의 흔적을 비롯해 ‘官(관)’과 ‘市(시)’자가 새겨진 기와가 다량 출토됐다.
그동안 문헌 기록을 통해 제한적으로 알려졌던 후백제 시기 옥구 지역의 생활상과 행정·생산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자료로 평가된다.

군산시는 옥구읍성 일원에 대한 발굴·시굴조사에서 후백제 시대 가마로 추정되는 유구와 건물 주춧돌, 담장으로 보이는 석열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현장에서는 다중능형문과 사격자문 기와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명문기와도 함께 발견됐다.
옥구읍성에서 후백제 유적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은 2024년 하반기다. 당시 군산시가 옥구읍성의 옛 동헌 터를 찾기 위해 시굴조사를 진행하던 중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가 발견됐다.
시는 이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유적의 범위와 성격을 밝히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발굴·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官’과 ‘市’자가 새겨진 명문기와다.
‘官’자는 관청이나 행정시설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市’자는 시장이나 물자 교류 등과의 연관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큼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후백제 시대 옥구가 단순한 취락을 넘어 일정한 행정·경제적 기능을 담당했던 공간이었는지를 밝힐 핵심 자료가 될 전망이다.
가마로 추정되는 시설과 건물지 흔적이 함께 발견된 점도 주목된다. 당시 옥구 일대에서 건축물 조성과 함께 기와 등 물품 생산이 실제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이번 성과가 후백제 시대 옥구 지역의 생활·생산 공간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백제보다 앞선 시기의 흔적도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백제시대 토기가마와 함께 의례 행위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말과 소의 두개골 뼈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옥구읍성 일대가 백제에서 후백제, 고려로 이어지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발굴은 근대문화유산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군산의 역사적 범위를 고대·중세까지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2023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후백제역사문화권이 제도적 연구·정비 대상에 포함된 이후 군산 지역에서 후백제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연구와 유적 정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군산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官·市’ 명문기와와 다중능형문 기와, 건물과 생산시설의 흔적 등 후백제 시대 옥구 지역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밝혀갈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며 “추가 발굴과 학술조사를 통해 옥구읍성의 성격과 역사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 국가유산청과 전북특별자치도, 협조해 준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산시는 2027년도 옥구읍성 후백제 유적 발굴·시굴조사 예산을 확보해 내년 봄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추가 조사를 통해 유적의 정확한 범위와 성격을 확인하고, 후백제 시대 옥구지역의 행정·생산·교류 기능과 지역적 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조사 성과를 토대로 유적의 보존과 활용 방안도 단계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전북=임기택 기자(limgt74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