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활용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국책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해온 자원순환 사업이 기존 제련 기술을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확장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2일 발간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재편 동향' 보고서에서 특정 국가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고도화된 제련 기술과 도시광산을 활용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해상풍력 등 첨단산업뿐 아니라 미사일·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에도 사용되는 전략자원이다. 특히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발전기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에 대한 수요가 크며, 고성능 네오디뮴 자석 등에 사용되는 중희토류는 첨단산업과 방산 분야에서 중요성이 높다.
한국은 희토류 자체 매장량이 많지 않아 원료 공급망 측면에서는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한국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고도화된 제련 기술'과 '핵심광물의 주요 수요처라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국내 비철금속 산업에서 축적된 제련 및 대규모 화학공정 제어 기술은 폐전자제품과 폐자석 등에서 유용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사업과 연계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존 제련 기술과 환경처리 인프라를 활용하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을 폐자원에서 회수해 공급망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대표적인 기업 사례로 고려아연을 꼽았다.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고려아연에 대해 "미국 내 희토류 재활용 사업 등을 전개하며 미국 주도 공급망 내 핵심 파트너 지위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내 핵심광물 11종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인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폐영구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재활용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핵심 전략에는 최윤범 회장이 2022년 취임 이후 추진해온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기존 제련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특히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전자폐기물 등 2차 원료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을 확대해왔다. 아연·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다양한 2차 원료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해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폐전자제품과 폐모터, 폐자석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등과 함께 테네시주 클락스빌 지역에서 대규모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핵심광물 생산·제련 역량을 확보해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공급망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희토류 관련 기술 확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4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희토류 가공 K-플랜트 핵심장비 개발 사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폐모터에서 희토류 혼합물을 회수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등 재활용을 기반으로 한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이 같은 사업은 희토류 원광 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폐자원을 새로운 원료로 활용해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수출통제와 자원 무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도시광산은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수십 년간 축적한 제련·회수·자원순환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