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규모기업집단이 국외 계열사를 이용해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우회하는 관행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SK그룹이 이 공백을 가장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국내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하지만, 해외 계열사에 대한 출자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종합하면, SK그룹의 우회출자 구조 중 가장 최근 사례이자 가장 정교한 것은 폐배터리·전자폐기물 재활용 사업 라인이다.

SK(지주회사)는 SK에코플랜트 지분 72.23%를 보유한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4월 싱가포르에 에코프론티어를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에코프론티어는 같은 해 인수한 싱가포르 e-waste 기업 SK테스 지분 100%를 쥐고 있다. 그리고 SK테스가 지난해 11월3일 국내계열사 테스에이엑스를 새로 설립했다.
즉 "지주회사(SK)-자회사(SK에코플랜트)-국외손자회사(에코프론티어)-국외증손회사(SK테스)"로 이어지는 4단계 구조 전 구간이 100% 완전자회사 관계로 확인된다. 지분 구조 자체는 매우 단순하고 투명하다. 문제는 이 구조가 국내였다면 지주회사법상 손자회사·증손회사에 적용되는 지분 요건(비상장 완전자회사 100% 보유 의무 등)을 그대로 적용받았을 사안이라는 점이다. 국외법인을 경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지분 요건을 못 채워서가 아니라 애초에 국내법 적용 자체를 비켜가기 위해 설계된 구조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SK그룹의 우회출자 구조는 매년 일부는 정리되고 일부는 새로 생기며 계속 형태를 바꾸고 있다. 2015년 SK바이오텍·한국넥슬렌 구조를 시작으로 2022년 5월 에스케이실트론씨에스에스코리아, 2023년 9월 글로벌에이아이플랫폼코퍼레이션코리아, 2024년 8월 에스케이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우시솔루션스를 잇달아 편입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테스에이엑스까지 추가했다.
그 사이 아이디퀀티크·얼티머스·캐스트닷에라·콘텐츠웨이브 등 4개 구조는 정리됐고, 올해 5월 자료에 새로 잡혔던 에스케이어드밴스드 관련 구조도 SK가스와의 프로판 밸류체인 통합을 이유로 8월 흡수합병이 결정돼 11월 소멸을 앞두고 있다. 정리되는 구조가 있는 만큼, 그 자리를 새로운 구조가 채우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다른 지주회사들의 과거 우회출자 구조는 해소될 기미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GS그룹은 2021년 휴젤 인수를 위해 몰타·케이만군도에 설립한 법인(Dione Limited·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구조를 통해 휴젤을 지배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조세회피처를 경유한 구조라는 점에서 별도의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코오롱그룹 역시 싱가포르 법인(Attometal Tech)과 홍콩 법인(KOLON CHINA)을 통해 각각 아토메탈테크코리아·코오롱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동원그룹도 2014년 테크팩솔루션 인수 당시 활용한 해외법인 스타키스트가 동원시스템즈 지분 12.31%를 보유하는 구조와, 미국령 사모아 법인(탈로파시스템즈)이 싱가포르 법인 두 곳을 거쳐 비아이디씨에 출자하는 다단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22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국외 계열사의 현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지주회사·자회사의 국외 계열사에 대한 출자 자체를 제한하는 실체 규정은 그대로다. 이는 지주회사 제도가 애초에 '국내회사'만을 규율 대상으로 설계됐고, 국외 법인에 대한 직접 규제는 속지주의 원칙, 집행 관할권의 현실적 한계, 해외 진출 위축 우려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GS·코오롱·동원처럼 이미 만들어진 구조는 몇 년째 그대로 방치되고, SK처럼 여력이 있는 곳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이 공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법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 한, 지주회사 체제 대기업집단의 국외 우회출자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