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이 제품을 찾아 비교하고 추천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가전·전자제품 유통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근 제품 구매 과정의 90%에서 AI의 조언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TV와 냉장고 같은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등장하고 있다.

독일 가전·소비자가전 산업단체 GFU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유통의 미래(Future of Retail)'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독일과 미국, 영국, 중국 소비자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업계 전문가 2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도 함께 실시했다.
제품 찾고 비교하고 추천까지…쇼핑 파고든 AI
가장 빠른 변화는 AI에서 나타났다.
최근 제품 구매 과정에서 AI의 조언을 받은 비중은 중국이 90%로 가장 높았다. 영국은 56%, 미국 52%, 독일은 44%였다.
AI를 이용하는 방식도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섰다. AI 이용자 가운데 45%는 제품의 특징과 장점을 파악하는 데 AI를 활용했다.
사용자 후기 요약은 36%, 가격 대비 가치 비교는 26%였다. 새로운 브랜드를 찾거나 가장 적합한 제품을 추천받는다는 응답도 각각 25%였다.
소비자가 제품 선택 자체를 AI에 맡기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국 소비자의 67%는 AI가 적합한 제품을 골라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절반인 50%는 AI가 최종 구매 제품을 추천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도 각각 50%, 35%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영국은 51%, 32%, 독일은 44%, 22%였다. AI가 정해진 예산과 조건에 맞춰 제품을 직접 결제하는 것에 대한 수용도는 아직 1~6%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AI를 활용한 구매가 점차 주류로 이동하고 있지만 실제 결제는 여전히 마지막 장벽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中은 SNS에서 냉장고까지 산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도 새로운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중국이 70%에 달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35%, 독일은 24%였다.
중국에서는 소셜커머스로 액세서리나 소형 기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38%였고 헤드폰, 에어프라이어 등 소형 전자제품을 산 경험도 36%에 달했다. TV와 냉장고 같은 대형 전자제품을 구매했다는 응답도 18%였다.
GFU와 올리버와이먼은 중국을 중심으로 소셜커머스가 저가·소형 제품에서 고가 전자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양극화도 유통시장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시장의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로 '중간의 소멸'을 꼽았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는 더 저렴한 제품으로, 구매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중간 가격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무와 쉬인 등 저가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독일과 영국 소비자 가운데 94%가 이들 플랫폼을 알고 있었으며 54%는 구매 경험이 있었다.
29%는 이들 플랫폼에서 소형 전자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저가 플랫폼의 지난해 유럽 전체 상품거래액(GMV)은 800억유로를 넘어섰다.

온라인 커져도 매장은 살아남는다
온라인과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대신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상담과 서비스를 받는 공간으로 역할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소비자의 55%는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경험하기를 기대했지만 최근 구매에서 실제로 이런 경험을 했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전문적인 상담을 기대한다는 소비자도 40%였지만 실제 경험은 21%에 머물렀다.
이런 기대가 충족된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2배 높았다.
국가별 차이도 뚜렷했다. 카리네 샤르동 GFU 소비자 & 가전 대표는 독일 소비자들이 AI와 소셜커머스 수용도에서 미국과 영국, 중국보다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샤르동 대표는 "앞으로 독일에서는 프리미엄 부문의 오프라인 소매점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품질과 서비스, 신뢰가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GFU와 올리버와이먼은 2030년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사업 모델도 크게 세 가지로 내다봤다.
AI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과 낮은 가격,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유통업체와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 상담·설치·사후서비스(AS)에 강점을 가진 전문 매장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