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달라진 유럽 가전시장…IFA 달군 '기후 대응 가전'

폭염에 달라진 유럽 가전시장…IFA 달군 '기후 대응 가전'

LG·보쉬 냉방·히트펌프 전면에…삼성·밀레는 에너지 절감 경쟁
가뭄에 물 아끼는 스마트 관개까지…폭염 겪은 유럽 수요 겨냥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유럽에서 냉방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기후 대응 가전'이 주목받고 있다.

에어컨과 히트펌프부터 전력 사용을 줄인 고효율 가전, 물을 아끼는 스마트 관개 시스템까지 제품군도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IFA 2026이 열리는 메인 전시장 '메쎄 베를린' 전경. [사진=IFA]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폭염이 한창인 가운데 관광객들이 우산을 들고 햇볕을 피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보쉬, 밀레, 지멘스 등 주요 업체들은 냉난방 효율을 높이거나 전력 사용량을 낮춘 제품과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냉방부터 히트펌프까지…폭염 대응 나선 가전업계

독일 보쉬는 올해 IFA에서 냉난방공조(HVAC)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천연냉매 R290을 적용한 싱글형 에어컨 '클라이밋 6000iP'와 노후 가스·석유 난방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히트펌프 '컴프레스 8800i AW' 등이 전시장을 채웠다.

히트펌프와 스마트홈을 연결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도 공개했다. 집 안의 스마트 온도조절기가 난방이 필요한 공간을 파악해 히트펌프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여름에는 일부 히트펌프를 바닥난방 설비와 연결해 실내 냉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현지시간 4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에 참가해 집 안 공간과 제품, 서비스를 AI로 연결하는 ‘AI홈’을 선보인다. 모델이 홈로봇 ‘LG 클로이드’의 지휘 아래 제품과 기술, 서비스가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되는 모습을 담은 전시 콘텐츠 ‘LG AI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도 IFA 전시장에 별도의 '에너지 리더십 존'을 마련했다.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와 인버터 컴프레서 등 고효율 핵심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다.

집 안의 에너지 생산과 저장, 소비를 관리하는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도 선보였다.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Homey)'와 연계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공간과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밀레·지멘스, 전력 사용 줄이는 가전 경쟁

기후 대응은 냉방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와 전력 소비가 함께 증가하면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IFA 2026에서 유럽 에너지효율 최고 등급인 A등급 기준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70% 줄인 10㎏ '비스포크 AI 세탁기'를 선보였다. 고효율 인버터 모터와 열 관리, 세탁 알고리즘 등을 개선해 용량을 늘리면서 전력 소비는 낮췄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역시 A등급 기준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70% 줄인 세탁기를 비롯해 고효율 냉장고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전시했다.

밀레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에서 세탁물에 맞춰 물, 에너지, 세제 사용량을 조절해 의류관리를 지원하는 'W2 세탁기·T2 의류건조기'를 선보였다. [사진=밀레]

독일 밀레는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것을 넘어 '언제 사용할지'까지 관리하는 기술을 내놨다.

사용자가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의 작동 완료 시간을 설정하면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제품을 가동하고, 가정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력이 충분할 때 가전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지멘스는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공개했다. 건조 과정에서 열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집 밖에서도 기후 대응…물 아끼는 '스마트 정원'

기후 대응 가전의 영역은 집 밖으로도 넓어졌다. IFA는 올해 '아웃도어 쿠킹&가드닝' 영역을 확대하면서 스마트 관개와 날씨·토양 센서 등을 주요 기술로 소개했다.

미국 야외가전 업체 에이퍼(Aiper)는 스마트 관개 시스템 '이리센스 2'를 선보였다.

에이퍼의 스마트 관개 시스템 '이리센스2'[사진=에이퍼]

날씨와 토양 상태 등을 바탕으로 정원에 필요한 만큼 물을 공급하고 비가 내릴 때는 불필요한 급수를 줄이는 제품이다.

최대 445㎡ 규모의 정원을 관리할 수 있으며 회사 측은 기존 관개 방식보다 물 사용량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달라진 유럽…독일인 절반 "에어컨 관심"

IFA에서 고효율·냉방 기술이 잇따라 등장한 배경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유럽의 여름 더위가 있다.

보쉬 홈컴포트그룹이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7개국 소비자 2097명을 조사한 결과 독일 응답자의 47%가 더위로 수면과 일상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현재 폭염 대응 방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다.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GmbH 최고경영자(CEO). [사진=IFA]

특히 에어컨 구매에 관심이 있다는 독일 소비자가 54%에 달했다. 에어컨 사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독일에서도 반복되는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독일의 분리형 에어컨 판매량은 2023년 약 26만대에서 2025년 약 32만대로 증가했다. 독일 난방산업협회(BDH)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히트펌프 판매량도 19만4500대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

보쉬는 히트펌프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이 올해 상반기 홈컴포트 사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군이었다고 밝혔다. 보쉬는 "안정적인 냉방은 더 이상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웰빙과 건강, 삶의 질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