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연구실과 전시장을 누비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센터의 '일꾼'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 7일 배송 확대와 인력난에 직면한 물류업계는 반복 업무를 대신할 로봇이 필요하고, 로봇업계는 실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해 피지컬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할 현장이 필요하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물류센터가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첫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경기도 용인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를 투입했다.

앞서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 현장 실증(PoC)을 거친 데 이어 실제 물류 현장에 배치한 것이다. 그동안 기술 검증에 집중했던 휴머노이드가 실제 작업 현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J대한통운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와 협력해 로봇이 시각·센서 데이터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을 판단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데이터까지 결합해 처음 접하는 상품이나 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상품을 집어야 하는 물류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손가락 5개를 사용하는 로봇 핸드 기술도 활용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로봇 스타트업 로브로스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 실증을 진행했다. 좁고 복잡한 물류 작업 환경에서 이동과 분류 작업이 가능한지를 검증했으며 향후 실제 현장 투입과 상용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로봇 활용은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기존 물류 자동화 영역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진은 올해 미국 LA 2호 풀필먼트센터에 물류 로봇 '로커스(Locus)'를 활용한 자동 피킹 시스템과 자체 개발 패킹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로봇이 상품을 찾아 최적 동선으로 이동하고 작업자가 포장 등을 담당하는 사람과 로봇의 협업 방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디팔레타이저와 로봇 소터, 자율이동로봇(AMR) 등 자동화 기술을 물류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프알티로보틱스와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과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물류센터가 휴머노이드의 초기 상용화 무대로 떠오르는 것은 물류업계와 로봇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에는 상품을 옮기거나 분류하는 단순·반복 작업이 많고 업무 동선도 비교적 정형화돼 있어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휴머노이드를 단계적으로 투입하기에 적합하다.

로봇업계 입장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상품을 집고 옮기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AI를 학습시키고 향후 보다 복잡한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셈이다.
로보티즈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가장 빠르게 개화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가 물류 산업"이라며 "단순 작업부터 시작해 향후에는 고도화된 작업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업계 역시 인력 확보와 작업 안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 7일 배송 경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반복적이고 강도가 높은 작업을 담당할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고위험 작업에는 로봇을 우선 배치하고 작업자는 판단과 숙련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의 역할 분담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물류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3억달러(약 16조원)에서 2034년 453억6000만달러(약 64조원)로 약 4배 성장할 전망이다.
결국 물류센터는 로봇업계에는 피지컬 AI를 학습시킬 실제 데이터를 확보할 현장을, 물류업계에는 인력난과 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실증에 머물던 휴머노이드가 실제 작업 현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물류센터가 '로봇 일꾼'의 첫 일터로 떠오르고 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