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불무중 모듈러교실 찬성 76.34%…재학생 학부모는 왜 우려하나

천안불무중 모듈러교실 찬성 76.34%…재학생 학부모는 왜 우려하나

5178명 중 3953명 찬성…원거리 배정 해소 기대
시설개선·체육공간·안전대책 협의 속 ‘1536명 과대화’ 우려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천안불무중학교 모듈러교실 설치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원거리 학교 배정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찬성 의견이 76%를 넘긴 가운데 현재 불무중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밀화와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6일 공청회에 앞서 불당2동 학부모와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공청회 관련 설문에는 모두 5178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3953명(76.34%)이 모듈러교실 설치에 찬성했고 1225명(23.66%)은 반대했다.

4명 중 3명 이상이 찬성한 셈이다.

찬성 측은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교실 부족과 원거리 학교 배정 문제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천안불무중 모듈러 설치를 위한 지역주민·학부모 공청회 [사진=천안시의회]

학교 신설이나 학군 조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행정절차가 필요한 만큼, 당장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모듈러교실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안교육지원청도 모듈러교실 설치를 원거리 학교 배정을 줄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모듈러교실 설치와 함께 불무중 시설 개선, 체육활동 공간 확보, 인접한 아름드리공원 공동사용에 따른 안전대책 등을 천안시와 협의할 계획이다.

현재 불무중은 학교알리미 기준 학생 994명, 33학급 규모다. 학급당 학생 수는 30.1명이다.

충남교육청은 내년도 6학급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학급당 32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192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다.

모듈러교실 설치가 현실화하면 원거리 배정을 받는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재학생 학부모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신규 학생의 통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체육활동권, 안전권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반대 측 학부모들은 공사기간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분진, 학생 통행 동선 변화, 운동장 축소, 체육활동 공간 감소, 급식과 생활공간 혼잡, 교실·특별실 부족 등을 주요 우려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재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모듈러교실이 단순히 ‘교실 6개를 추가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학생 수가 계속 늘 경우 추가 증설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학교 자체가 초대형 학교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대 측은 향후 각 학년이 16학급까지 확대되고 학급당 32명을 기준으로 편성될 경우 불무중 학생 수가 최대 1536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6학급×3개 학년×32명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다.

현재 학생 994명과 비교하면 500명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재학생 학부모들은 이번 6학급 증설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학생 수 증가 전망과 추가 모듈러 설치 가능성, 학교의 적정 규모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5 전국 초등·고등학교 학생 수 TOP7 [사진=학교알리미]

천안·아산지역에 이미 대규모 학교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천안아름초 학생 수는 2064명, 한들물빛초는 2058명이다.

고등학교는 천안두정고 1424명, 설화고 1388명, 천안쌍용고 1384명, 배방고 1336명, 이순신고 1322명 등 천안·아산지역 학교들이 전국 학생 수 상위권에 다수 포함돼 있다.

반대 측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학생이 특정 학교에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불무중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과대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간 문제도 쟁점이다.

교육지원청은 체육활동 공간 확보와 인접 아름드리공원 공동사용 방안을 천안시와 협의할 계획이지만 재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실제 학교 내부의 공간 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더 관심이 크다.

학생 수가 늘면 교실뿐 아니라 급식실과 특별실, 상담공간, 복도, 운동장 등 공용시설의 이용 밀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드리공원을 체육활동 공간으로 공동 사용하는 방안 역시 이동 동선과 학생 안전관리, 학교 밖 공간 이용에 따른 책임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교직원 업무 부담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반대 측 학부모들은 지난해 아산의 한 대규모 중학교에서 근무하다 숨진 고 윤범진 교사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반대 측 자료에 따르면 고인이 근무한 학교는 47학급, 학생 1307명 규모였고 고인은 주당 22시간 수업과 방송·정보화기기 관리, 학생지도, 평가·생활기록부 업무, 임시담임 등을 함께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은 학교 규모가 커질수록 학생생활지도와 상담, 학부모 민원, 행정업무 등 교직원의 업무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고 윤범진 교사의 사망과 대규모 학교 운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은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번 설문 결과의 해석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5178명 가운데 3953명이 찬성한 76.34%라는 수치는 원거리 통학과 학생 수용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반대 측은 조사 참여자의 구성과 본인 확인 방식, 중복응답 통제 여부, 현재 재학생 학부모가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이번 설문이 모듈러교실 설치를 최종 확정하는 절차는 아니며 이후 자체재정투자심사와 충남도의회 예산심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의 초점은 단순 찬반보다 ‘설치할 경우 교육환경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와 ‘장기적인 학생 수 증가를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교육지원청이 밝힌 불무중 시설 개선과 체육활동 공간 확보, 아름드리공원 공동사용 안전대책이 어느 정도 구체화될지도 관건이다.

반대 측 학부모들은 충남교육청과 천안교육지원청에 △모듈러교실 설치 전 교육환경 영향 재검토 △학교 신설·배정체계 개선·인근 학교 분산배치 검토 △재학생 학습권·체육활동권·안전권 보장 △설문조사 방식과 응답자 구성 공개 △천안·아산지역 학교 대형화에 대한 중장기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