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특별시 만들면서 핵심 항만은 중앙으로?”…광양항만공사 통합 재고해야

“통합특별시 만들면서 핵심 항만은 중앙으로?”…광양항만공사 통합 재고해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핵심 전략자산 광양항…‘출장소 전락’ 우려
북극항로·에너지·철강·석유화학 잇는 남해안 관문…특별시 성장축으로 키워야
특별법은 자치·분권 강화하는데 항만 의사결정권 중앙집중은 정책적 모순
박성현 광양시장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않도록 지역 정치권 힘 모아야”

[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대 항만공사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광양항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여수광양항만공사라는 하나의 공공기관이 통합되는 차원에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핵심 전략자산 광양항…‘출장소 전락’ 우려 [사진=광양시 제공]

전남과 광주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광역경제권으로 출범하고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특별시의 가장 중요한 국가 물류자산 가운데 하나인 광양항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능을 오히려 축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3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항만공사를 4개 지역지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능 중복과 과당경쟁을 줄이고 국제 항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광양을 비롯한 항만도시에서는 항만별 특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시 출범하는데 광양항은 ‘지사’로 격하?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 항만공사 통합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이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재원을 지역으로 이양하고 지역의 자치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별법은 통합특별시가 중앙정부로부터 권한과 재원을 이양받고, 이를 다시 시·군의 자치권과 행정기능 강화로 연결하도록 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그런데 특별시 출범과 동시에 전남 동부권 최대의 산업·물류 거점인 광양항의 주요 의사결정 기능이 하나의 전국 단위 항만공사로 집중된다면 자칫 특별시 출범의 자치·분권 정신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쪽에서는 특별법을 통해 지역에 더 많은 권한을 주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특별시의 핵심 전략자산인 항만의 독립적인 경영·투자 기능을 중앙집중형 조직으로 묶는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부 구상대로 기존 항만공사가 지역지사로 개편된다면 광양항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와 개발사업의 결정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역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북극항로 시대, 광양항은 특별시의 ‘바다 관문’

광양항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광양항은 단순한 컨테이너 항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철강기업과 여수국가산단의 석유화학산업을 배후에 두고 있으며 철강·석유화학·원자재·에너지 물류가 집적된 대한민국 대표 산업항만이다.

특히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광양항의 지정학적·산업적 가치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광양시는 이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광양항만공사, 포스코플로우와 함께 광양항을 북극항로 시대의 글로벌 에너지·물류 허브 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북극항로 상업화 기반 조성과 시범운항, LNG 해상환적 및 벙커링, 미래 에너지 물류 공급망 구축, 배후물류망과 연계한 수출입 화물 확대 등이 주요 전략이다.

이는 광양항이 광양시만을 위한 항만이 아니라 앞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체의 산업과 수출입 물류를 세계시장으로 연결하는 ‘바다의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별시가 글로벌 경제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 서부권의 공항, 광역철도망과 함께 동부권의 광양항을 연결하는 항공·철도·항만의 ‘트라이포트’ 체계가 중요하다.

그 중심에 광양항이 있다.

광양항 독립성은 동부권 몫 챙기기 아닌 ‘특별시 경쟁력’ 문제

따라서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독립성 문제를 단순한 ‘광양의 기관 지키기’나 동부권의 지역이기주의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서 더욱 큰 경제권을 형성하는 만큼 특별시가 보유한 핵심 산업·물류 인프라에 더 많은 권한과 투자 역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광주가 AI와 첨단산업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전남 서부권이 에너지·농수산·공항 등을 맡는다면, 광양만권은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항만물류와 북극항로를 기반으로 특별시의 글로벌 산업·물류축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런 구도에서 광양항은 단순한 지역 항만이 아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태평양과 북극항로를 통해 세계로 나가는 핵심 전략자산이자 특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경제 인프라다.

때문에 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광양항의 권한을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특별법을 통해 광양항에 필요한 자율성과 투자·개발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박성현 시장의 ‘통합 철회’ 요구, 특별시 전체 현안으로 확대돼야

박성현 광양시장 역시 정부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과 물류를 뒷받침하고 있는 여수광양항의 기능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에 항만공사를 일률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시장은 “통합으로 인해 여수광양항의 의사결정 권한과 현장 대응력이 약화되고 광양항이 사실상 출장소처럼 운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협력도 요청했다.

이제 광양항 문제는 광양시와 지역 국회의원 몇 명만의 현안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체의 미래 산업전략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별시 출범의 목적이 몸집만 큰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부권 경제축을 만들고 지역 스스로 산업과 투자, 교통과 물류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데 특별시 출범의 의미가 있다면, 광양항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다.

“특별법으로 권한 이양하면서 광양항 권한은 가져가나”

정부가 전국적인 항만 경쟁력 강화를 고민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것이 반드시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는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부산은 환적항, 인천은 수도권 관문항, 울산은 에너지·산업항, 광양은 철강·석유화학과 글로벌 원자재 물류를 기반으로 각각 성장해 왔다.

더욱이 광양항은 이제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국가 물류전략까지 준비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출범시키면서 특별법을 통해 지역의 자율성과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국가정책과, 특별시의 핵심 산업항만을 전국 단일 공사의 지사로 전환하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 과연 일관된 국가균형발전 전략인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광양항을 지키자는 주장은 단순히 기존 조직 하나를 존치시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광양항을 대한민국 남해안의 글로벌 에너지·물류 허브로 육성하고, 이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광양항을 ‘한국항만공사의 광양지역 지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광양항의 경쟁력과 자율성을 더욱 키우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가 항만공사 통합 관련 입법 과정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의 취지와 북극항로 시대 광양항의 국가적 가치를 다시 한번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