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이미 대규모 개발을 감당하고 있는데 또 9800세대입니까.”
정부가 경기도 과천시 경마공원과 방첩사 부지를 활용해 약 9800세대 규모의 추가 주택공급을 추진하자 경기 과천시와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공공주택 개발에 따른 교통·교육·생활 인프라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도시의 수용 한계를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시는 3일 오후 5시 과천시민회관 시계탑 광장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주택공급정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경마공원과 방첩사 부지를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신계용 시장과 황선희 과천시의회 의장, 김항식 민간공동위원장, 주민대표 등 33명을 비롯해 시민 300여명이 참석해 정부의 추가 주택공급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은 신 시장의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시민들의 서명과 손도장 퍼포먼스, 주민대표들의 피켓 시위와 구호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황 의장과 김 공동위원장도 시민대표로 발언에 나서 정부 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와 입장을 전달했다.
시가 추가 주택공급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단순히 주택 물량 자체에 있지 않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과 교육, 복지, 문화시설 등 도시 기반시설 확충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실제 과천에서는 이미 지식정보타운을 비롯해 과천과천지구와 주암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 과정에서 과천정보타운역 신설을 비롯해 행정복지센터와 문화·체육시설, 도서관 등 각종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과천시가 투입했거나 앞으로 부담해야 할 시비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9800세대가 들어설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주택 건설에 그치지 않고 새로 유입되는 인구를 감당할 도로와 대중교통, 학교, 보육·복지시설, 공공청사, 문화·체육시설 등 도시 인프라 전반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재정 수요까지 고려하면 추가 개발이 과천시 재정과 도시 운영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와 정부의 주택공급 갈등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20년 8월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과천청사 유휴지를 주택공급 후보지로 제시하자 지역사회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후 과천지구의 주택공급 규모도 당초 7000세대에서 1만 세대 이상으로 확대됐고 갈현지구에도 약 1000세대 규모의 공급 물량이 추가됐다.
시는 이처럼 국가 주택정책에 따라 과천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공급 물량을 수용해 온 상황에서 경마공원과 방첩사 부지에 다시 9800세대를 공급하는 것은 도시 규모와 수용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는 새로운 주택공급 계획을 추진하기에 앞서 현재 진행 중인 4개 공공주택사업에서 예정된 교통·생활 기반시설부터 차질 없이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청사 이전 과정에서 제시됐던 과천의 자족기능 강화와 도시 발전 지원 대책 역시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 정책에 따른 개발 수요와 기반시설 부담이 반복적으로 지방정부와 시민에게 돌아오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마공원 부지의 기능과 환경적 가치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천시는 경마공원 일대가 단순한 개발 가능 부지가 아니라 과천의 녹지축과 연결된 공간이자 수도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휴식·여가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 건설이 현실화하면 교통량 증가뿐 아니라 녹지와 주변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는 이에 따라 정부에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경마공원·방첩사 부지 주택공급 계획 전면 철회 △과천의 도시 수용능력과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택공급 정책 중단 △자족기능 강화와 도시 발전 지원 대책 이행 △무분별한 그린벨트 개발 중단 △주택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천시 및 시민과의 실질적인 협의다.
시는 향후 정부의 대응에 따라 반대 움직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공급 물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기존 개발사업에 따른 기반시설 문제와 도시 자족기능 확충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시장은 “정부가 과천시와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책을 강행할 경우 과천의 도시 경쟁력과 시민의 삶, 미래세대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시민들의 연대와 지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노래 ‘아름다운 과천’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필요성과 이미 대규모 개발을 수용하고 있는 과천시의 도시 수용능력 문제가 맞부딪치면서 경마공원·방첩사 부지 9800세대 공급 계획을 둘러싼 정부와 지역사회의 갈등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천=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