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88% 공모가 밑돌아⋯'반토막' 주관 KB증권 최다

올해 IPO 88% 공모가 밑돌아⋯'반토막' 주관 KB증권 최다

상장사 26사 중 23사 '공모가 하회'⋯절반은 반토막
KB증권, 주관 기업 절반 이상이 '괴리율 -50%'
작년 IPO 인원 축소 한투⋯2곳은 단독주관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올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10곳 중 9곳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26개 신규 상장사 가운데 23개사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고 10개사는 공모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공모가 대비 50% 이상 하락한 기업 가운데 KB증권이 주관한 곳이 4곳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투자증권도 단독 주관했던 일부 상장사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절반 수준을 하회했다. 상장 후 주가는 증시 상황과 수급 등 다양한 변수에 좌우되지만 상장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와 큰 격차를 보이면서 ​공모 과정에서 책정한 기업가치의 적정성과 주관사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챗GPT 제작]

신규 상장사 88% 공모가 하회⋯절반은 '반토막'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입성한 상장사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 상장을 제외하고 총 26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51사가 상장한 것과 비교해 약 49% 감소한 수치다.

올해 IPO 시장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신규 상장사의 주가 흐름도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규 상장사 중 약 88%인 23개사가 이날 종가 기준 주가가 상당 당시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50% 이상 밀린 종목도 10개사에 달했다. 전체의 절반 수준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에스팀(8500원→3340원) △한패스(1만900원→5030원) △인벤테라(1만6600원→7890원) △채비(1만2300원→4395원) △피스피스스튜디오(2만1500원→5570원) △스트라드비젼(1만2000원→2790원) △레몬헬스케어(1만원→4500원) △에이치엘지노믹스(2만1500원→8800원) △딜리셔스(7000원→ 2780원) △기도산업(2만8400원→1만2870원) 등의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이중 주가와 공모가 간 괴리율이 가장 큰 종목은 스트라드비젼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트라드비젼은 지난 6월30일 공모가 1만20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0원(4.45%) 하락한 2790원이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76.75% 밀렸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3개사가 유일하다. 코스모로보틱스(6000원→1만2250원), 마키나락스(1만5000원→2만2950원), 인제니아테라퓨틱스(1만2000원→1만5820원)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KB증권 '괴리율 -50%' 최다⋯한투도 단독주관 '부실'

시장에서는 '주관사 책임론'이 나온다. 새로 상장한 기업의 초기 주가 흐름은 공모 단계에서 책정한 밸류에이션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상장 주관 단계에서 제대로 된 실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으면 피해는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상장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공모 당시 기업가치 산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KB증권 [사진=KB증권]

KB증권은 올해 상장을 주관한 회사 6곳 중 4곳(채비·스트라드비젼·레몬헬스케어·에이치엘지노믹스)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중 괴리율이 가장 큰 스트라드비젼을 비롯해 레몬헬스케어의 단독 주관을 맡았다.

KB증권은 IPO 업계에서 리그테이블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단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 국내 증권사 중 주관 실적 1위(건수 6건·금액 2조9924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2024년(12건·6769억원)과 작년(13건·8451억원)에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하반기 무신사,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메가존클라우드 등 총 15개 기업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앞으로 KB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주관을 맡은 6사 중 3사(에스팀·한패스·딜리셔스)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이중 에스팀과 딜리셔스는 단독으로 주관한 상장사다. 양사는 전날 기준 종가가 공모가보다 각각 59.17%, 57.57% 밀린 상태다.

특히 한투증권은 지난해 초 IPO 부서 인력을 축소한 바 있다. 회사는 IPO 업황에 맞춰 일부 인력을 채권자본시장(DCM) 등 다른 기업금용(IB) 영역으로 재배치한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주관한 상장사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만큼 업계에선 인력 부족이 실사 부실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NH투자(공모가 50% 하회 상장사 주관 3건)·미래에셋(2건)·대신(2건)·삼성(1건)·하나(1건)·유진(1건) 등 증권사도 주관한 상장사의 주가 부진이 심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사의 공모가는 곧 기업가치"라며 "상장 초기부터 실제 기업가치보다 공모가가 높았다고 시장이 판단한다면 주가는 상장 이후 기간과 무관하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사가 집중됐다"며 "적정한 피어그룹(비교기업) 찾기가 쉽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면서 밸류에이션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주가는 수급 등 여러 시장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의 정확한 이유를 꼽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