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미국서 만들면 관세 없다"⋯반도체 관세 준비

美 상무장관 "미국서 만들면 관세 없다"⋯반도체 관세 준비

"주요 칩업체들도 관세 추진 인지"⋯美 생산분은 관세 면제
광범위한 2단계 관세 예고⋯현지 투자 중요성 커져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는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투자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가운데). [사진=최란 기자]

러트닉 장관은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새로운 관세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미국 내 생산을 관세 면제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는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관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표적화되고 신중한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과 시행 시점, 적용 품목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러트닉 장관이 미국 내 생산 여부에 따라 관세 부담을 달리하겠다는 원칙을 직접 밝히면서 향후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 여부와 투자 계획이 관세 적용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반도체 관세 정책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HBM4와 HBM4E를 확대한 모형. [사진=권서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2단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1단계로 일부 첨단 컴퓨팅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해당 관세는 지난 1월 15일부터 적용됐으며 미국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R&D), 스타트업, 공공부문 등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뒀다.

당시 백악관은 외국과의 무역 협상 이후 2단계로 보다 광범위한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이나 공급망에 투자하는 기업에 우대 관세를 적용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러트닉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이 같은 2단계 관세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AI 메모리 'HBM4E' 12단 샘플 이미지. [사진=SK하이닉스]

앞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반도체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러트닉 장관이 외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투자와 관세 감면을 연계하는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체에도 관세 정책의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에도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7일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총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향후 미국이 관세 면제·감면의 구체적인 요건과 현지 투자 인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반도체·반도체 제조장비 및 파생제품의 대미 수입 조정'에 관한 내용. [사진=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