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 융자, 총체적 부실…130억 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 융자, 총체적 부실…130억 샜다

4년간 2800여건 심사에 감액 조정 단 6건…현장점검 전체의 5%뿐
목적 외 사용·사업자 사익편취 등 무더기 적발…60%는 골프업종에 쏠려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 산업 융자 사업이 심사에서부터 사후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융자 사업이 골프 업종에 지나치게 집중돼 관리 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관리 책임이 제기된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합동으로 실시한 스포츠산업 융자사업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2일 발표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스포츠 산업 융자 사업은 공단이 스포츠 시설 설치·운영자금을 연 2~3% 저리로 융자하는 사업이다. 업체당 최대 85억원까지 지원되며, 은행을 통한 담보부 대리 융자 방식으로 자금이 공급된다. 융자 규모는 2019년 560억원(129건)에서 2024년 2769억원(439건)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 커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산업 금융지원 사업 안내 페이지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심사 단계였다. 기금 융자의 사업계획과 융자 결정·변경·취소 등을 심의하는 공단의 융자심의회는 최근 4년간 2800여건을 심사하면서 감액 조정한 사례가 단 6건에 그쳤다. 사업비 심의의 기준과 조정 사유조차 불명확했다. 사실상 심사가 서류를 통과시키는 요식 절차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이런 허술한 심사는 특정 업종 쏠림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5년간 전체 융자 지원액의 약 60%가 스크린골프·대중형골프장 등 골프업종에 집중됐고, 체력단련장(헬스장) 6.2%, 수영장 6.0%, 볼링장 3.5% 등 다른 업종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심사를 통과한 이후 집행 과정도 부실했다. 공단과 대리 융자를 수행하는 은행은 스포츠 시설 설치가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융자금을 지급했다. 시설의 기성을 확인하고 집행해야 하는 경우에도 공사계약서나 계산서 같은 증빙 없이 현장사진 2장만 제출받는 데 그쳤다. 시설 운영자금 역시 증빙자료를 검증하지 않아 부적정한 정산 항목을 걸러내지 못했다.

사후관리는 더 취약했다. 융자 규정에 따른 사후 실태조사는 사업 만족도 조사 수준에 그쳤고, 현장점검도 전체 융자의 약 5% 수준으로만 이뤄졌다. 문제 사례를 적발하고 예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는 게 조사팀의 판단이다.

이런 총체적 부실은 이번 조사에서 구체적 사례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됐으며, 공단이 2019~2024년 집행한 2860건 중 600건을 표본으로 점검했다.

스포츠시설 설치 목적으로 받은 융자금을 다른 용도로 쓴 사례는 13건, 142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A는 2022년 스크린 골프장 설치 명목으로 19억원을 받았지만 현재 해당 부지에서 호텔을 운영 중이었고, 정산자료로는 위조한 공사 세금계산서까지 제출했다. B는 2023년 골프 훈련용 연수시설을 짓겠다며 43억원을 받아 레저형 숙박시설로 운영했고, C는 5층 규모 스포츠 복합건물을 짓겠다며 15억원을 받아 대부분을 학원으로 썼다. D는 20억원을 받고도 테니스장 등을 짓지 않은 채 공실로 방치했다.

사업과 무관한 세금계산서나 사적 사용 내역을 정산자료로 낸 목적 외 사용 의심 사례도 84건, 141억원 규모였다. 다른 법인 세금계산서나 별도 정부 과제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경우가 있었고, 유흥업소·병원·약국·식당·쇼핑몰 등 개인카드 결제 내역을 정산자료로 제출한 사례도 다수였다.

사업자 본인에게 고액 급여를 지급하거나 본인 소유 건물 임차료로 융자금을 쓴 경우도 15건(55억원), 공단 승인 없이 제3자가 사업을 운영한 경우도 5건(48억원) 확인됐다. E는 운영자금 5억원 중 6000만원을 본인 급여로, F는 5억원 중 4억원을 본인 소유 건물 임차료로 각각 집행했다. G는 16억원을 빌려 스크린골프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개업 시점부터 공단 승인 없이 H가 시설을 운영해왔다.

정부는 목적 외로 사용된 융자금 약 130억원을 회수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세금계산서 위조 등 중대 위법행위가 명확히 확인된 사안은 수사의뢰하기로 했고, 목적 외 사용이 의심되는 사례는 공단이 추가 확인해 확정되는 대로 회수한다.

재발 방지책도 함께 내놨다. 은행에만 의존하던 융자 관리 체계를 공단이 직접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스포츠 융자 집행 지침(가칭)'을 신설해 집행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공단이 직접 기성 현장과 자료를 검토하도록 하고, 5% 수준이던 사후 현장점검 비율도 확대한다. 사업자 본인 인건비나 본인 귀속 임대료 지원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일정 규모 이상 융자금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집행 적정성을 검증한다. 골프업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스포츠 업종에 대한 융자 안내를 강화하고 신용보증 제도 도입, 금리 우대 등으로 지원방식도 다각화할 계획이다.

김정국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 부단장은 이번 점검에서 공단의 관리 부실로 인한 목적 외 사용 등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스포츠 융자금이 제대로 사용돼 국민 모두의 스포츠라는 지원 취지가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