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도훈 기자] 5대 금융이 올해 상반기 자회사에서 7조5000억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거뒀다. 다만 자본 활용 방식은 엇갈렸다. KB·우리·NH농협금융은 약 3조원을 자회사에 재투자하며 비은행 등 성장사업에 힘을 실었지만 신한·하나금융은 신규 출자 없이 자본 여력을 남겨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의 올해 상반기 배당수익은 총 7조50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주사별로는 신한금융의 종속기업 배당수익이 2조447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 1조3652억원, 농협금융 1조2474억원, 우리금융 1조2369억원, 하나금융 1조2091억원 등 순이었다.
자회사에서 거둔 배당 규모는 모두 1조원을 웃돌았지만 자본을 다시 자회사에 투입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났다. KB·우리·농협금융이 상반기 자회사에 새로 출자한 금액은 총 3조16억원이다. 반면 신한·하나금융은 지주가 자회사에 직접 신규 출자한 내역이 없었다.
특히 신규 출자금의 약 70%가 증권 계열사로 향했다. KB·우리·농협금융의 증권 계열사 출자액만 총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확대가 제약을 받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과 기업금융, 자본시장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상반기 KB증권에 7000억원, KB부동산신탁에 300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KB증권은 확충한 자본을 생산적 금융 관련 투자와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본시장 사업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KB부동산신탁은 신탁계정대 회수 지연과 신탁재산 가치 하락 등으로 손실이 확대되면서 경영정상화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자본을 확충했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지분 0.1%를 추가 취득해 완전자회사화한 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상반기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지분 인수 및 출자액은 총 1조16억원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을 그룹의 비은행 성장축으로 키워 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투자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에 5000억원, NH투자증권에 4000억원, NH농협캐피탈에 1000억원 등 총 1조원을 출자했다. 농협은행은 기업여신 경쟁력 강화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자본 여력을 확보한다. NH투자증권은 리테일 신용공여 확대와 IB 기업대출·인수금융 투자 등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NH농협캐피탈은 증자금 10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반면 신한·하나금융은 다른 선택을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의 활용 여력이 아직 남아 있고, 현재로서는 추가로 자본을 투입할 만한 수요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성장투자…배당 재원 활용도 제각각
금융지주가 배당금을 반드시 다시 자회사 출자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는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주주환원이나 향후 성장투자, 인수합병(M&A) 등 그룹 전체의 자본배분에 활용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자회사 배당수익은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 재배분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은 궁극적으로 지주 주주들에게 환원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며 "자본비율과 수익성 등을 관리하면서 남는 재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에 활용하고, 향후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 특성상 배당금의 최종 활용 방식이 다른 금융지주와 다르다. 거둔 수익의 일부가 배당을 통해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로 넘어가 농업인 지원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중앙회에서 조합원인 농업인에게 저금리 대출이나 농기계 지원 등의 형태로 환원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당장 자회사에 자본을 투입하지 않은 대신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면서 향후 투자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주의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고, 향후 다른 자회사에 출자하거나 M&A를 위한 지분 인수, 투자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특정 용도보다는 그룹 전체의 자본 상황에 따라 배당 재원을 배분한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배당은 특정 용도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그룹의 자본적정성과 성장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활용하고 있다"며 "비은행 계열사의 영업기반 확대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훈 기자(ldh1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