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주택공급에 LH 빚더미…한전·가스공사 '숨은 국가부채' 그림자

신속 주택공급에 LH 빚더미…한전·가스공사 '숨은 국가부채' 그림자

'26~'30년 공공기관 재무계획서 LH 부채비율 351.2%로 100%p 급증
한전·가스공사 5년 연속 개선 계획에도 매번 목표 미달, 석유공사는 6년째 자본잠식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비율이 향후 5년간 100%포인트 넘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매입임대 주택 사업 확대를 위해 LH가 빚을 떠안는 구조로 공공기관 부채로 국가 채무를 가리는 셈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의 부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가 지난 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보고한 '026~2030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계획에 따르면 LH의 부채는 2026년 197조 5000억원에서 2030년 372조 8000억원으로 175조 3000억원 늘어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50.6%에서 351.2%로 100.6%포인트 상승한다. 37개 관리대상 공공기관 전체 부채가 2026년 778조 3000억원에서 2030년 997조 4000억원으로 219조 1000억원 늘어나는데, 이 중 LH 한 곳이 늘어나는 부채의 80%를 차지하는 셈이다.

2026~2030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의 LH,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중장기 부채비율 추이.

실제로 LH를 제외한 나머지 36개 기관만 놓고 보면 그림이 다르다. 부채는 2026년 580조 7000억원에서 2030년 624조 6000억원으로 43조 9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고, 부채비율은 오히려 196.8%에서 176.2%로 20.6%포인트 개선된다. 공공기관 전체의 부채 악화가 사실상 LH 한 곳에서 비롯된 구조다.

재정경제부는 LH의 재무여건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신규 주택 착공을 대폭 확대하고, 신축·구축 매입임대주택 사업도 수요에 맞춰 지속하면서 관리해야 할 임대주택 물량이 크게 늘어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착공을 앞당길수록 투자금 회수는 그만큼 늦어지는 구조여서, 공급 속도를 높이는 정책 목표와 재무 건전성이 상충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과거 계획과 비교하면 뚜렷한 방향 전환이다. 2022년 수립된 '22~'26년 계획에서는 LH 부채비율이 220.6%에서 207.1%로 개선되는 경로였고, 2023년 '23~'27년 계획에서도 220.1%에서 208.2%로 개선이 전망됐다. 2024년 '24~'28년 계획에서 221.4%에서 232.2%로 소폭 악화 전환된 데 이어, 이번 '26~'30년 계획에서는 아예 351.2%까지 치솟는 궤도로 바뀌었다. 최근 5개년 계획 중 LH의 장기 부채비율 전망이 뚜렷한 악화로 방향을 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산 역시 같은 기간 276조 3000억원에서 478조 9000억원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LH가 보유한 임대주택·택지 등의 자산가치가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를 앞지르면서 부채비율 자체는 악화되는 그림이다.

이런 공공기관 부채 확대는 정부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건전성 개선 기조와도 대비된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2026년 51.6%에서 2030년 49.0%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이 국가채무 통계에는 공공기관 부채가 포함되지 않는다. LH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짊어지는 부채는 별도로 관리되는 구조다. 국가채무비율은 개선되는 동안 정작 산하 공공기관의 부채는 5년간 219조원 늘어나는 그림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부채 문제가 LH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매 계획마다 "곧 개선된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번번이 그 목표를 지키지 못해 왔다. 한전(별도기준)의 부채비율은 2024년 수립된 '24~'28년 계획에서 2026년 413.1%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26~'30년 계획에 나온 실제 2026년 수치는 450.2%로 더 나빴다. 가스공사도 '24~'28년 계획이 예상한 2026년 부채비율(305.0%)보다 실제(378.0%)가 크게 웃돌았다. 두 기관 모두 국제유가·환율 변동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원가에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여서, 계획을 세울 때마다 개선을 전망하고도 매번 어긋나는 패턴이 5년 넘게 반복돼 왔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뒤, 이번 계획까지 6년째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2024년, 2021~2025년, 2024~2028년 계획에 이어 이번 2026~2030년 계획까지 매번 부채비율란에 '자본잠식'이라고만 표시될 뿐, 개선 경로 자체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4조 8000억원),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등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부실화된 여파로, 이미 발생한 손실이 회수 불가능한 상태로 굳어진 결과다.

이들 세 기관의 사례는 정부의 국가채무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이른바 '숨은 국가부채'의 존재를 보여준다. 국가재정법상 국가채무(D1)는 중앙·지방정부의 채무만 집계하고, 공공기관 부채는 포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개선을 발표하는 동시에, 산하 공공기관들은 주택공급·에너지수급 등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계속 늘려가는 이중적인 그림이 가능해진다. 특히 석유공사처럼 이미 확정된 손실이 자본잠식 형태로 남아있는 경우, 언젠가 공적자금 투입이나 자본확충을 통해 정부 재정으로 되돌아올 잠재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이보다 넓은 범위의 부채 지표에서도 비슷한 함의가 읽힌다. 정부와 지방정부에 비영리공공기관까지 더한 일반정부부채(D2), 여기에 LH·한전 등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합친 공공부문부채(D3) 비율은 2022년 이후 22%대에서 정체돼 있던 비금융공기업 부문 부채비중이 그간 한전·가스공사의 개선분과 다른 기관의 증가분이 상쇄되며 유지된 결과였다.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D1) 비율의 5개년 개선 경로만 제시했을 뿐, 이보다 넓은 D2·D3 전망치는 계획에 담지 않았다. LH발 부채 확대가 이번 계획대로 이어지면, 한전·가스공사의 개선분이 이를 상쇄하기 어려워 정부 재정과 공공기관을 합친 공공부문부채 차원의 건전성 개선 흐름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이 그리는 그림보다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재정경제부는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기관을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해 자구노력 이행계획을 점검하고, 중장기 투자계획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점검해 불요불급한 투자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LH의 부채 증가는 주택공급이라는 국정과제 이행에 따른 것이고, 한전·가스공사는 공공요금 통제라는 정책적 제약 아래 있으며, 석유공사는 이미 발생한 과거 손실이라는 점에서 다른 기관들처럼 단순한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