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MCM 하우스. 패션 브랜드의 판매 공간에 가방과 의류 대신 대형 옻칠 작품이 자리했다. 강연가로 친숙한 김창옥 작가가 수백·수천번 옻을 덧칠하며 완성한 작품들이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MCM이 프리즈 위크 서울 개막에 맞춰 김창옥 작가의 개인전 '김창옥: 위로의 흔적'를 선보이며, 상품 판매를 넘어 예술과 문화 경험을 결합한 '차세대 럭셔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MCM이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것은 옻이라는 재료와 김 작가가 작업에 쏟은 시간이다. 김해리 MCM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요즘에는 상품만 소유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며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지향점이 자신과 맞는지, 그 브랜드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DNA를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CM 하우스 역시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문화 거점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MCM은 2022년부터 5년 연속 프리즈 기간에 맞춰 관련 기획 전시를 열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MCM 하우스를 전시와 문화 교류 공간으로 활용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많은 브랜드가 예술이나 다른 분야와의 하이브리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MCM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새로운 시도와 창작에 있다"고 말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큐레이터' 역할 역시 MCM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빅뱅 등 K팝 스타와 협업하며 화제를 모았던 MCM이 올해 김창옥 작가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MCM은 김 작가가 다루기 어려운 옻을 오랜 기간 작업해온 데서 진정성과 순수한 열정을 봤고, 작품이 주는 매력에 주목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김 대표가 작품을 사내 구성원들과 공유한 뒤 전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협업이 성사됐다.

김창옥 작가에게 옻칠은 스스로 위로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는 약 7~8년 전부터 강연을 들은 관객들로부터 "강사님은 어디서 위로를 받느냐"는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옻을 접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작가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아니었다"며 "목이 마른 동물이 물 냄새를 따라가듯 옻이라는 재료를 우연히 만나고 뭔가에 끌리듯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작업실에서 수백·수천번 반복되는 옻칠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생각이 줄어들었고, 그 과정 자체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인간관계에서 오는 아픔 등으로 생각이 많았는데 작업을 하면서 필요한 생각만 남았다"며 "작업 과정에서 이미 위로를 받았고, 작품은 그 위로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옻이라는 소재 자체도 MCM이 주목한 대목이다. 김 작가는심한 옻독과 반복 작업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옻을 "아주 매력적이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재료"라고 표현했다. 일본은 금, 중국은 계란 껍질, 한국은 자개를 활용하는 등 동아시아 각국에서 옻칠 기법이 발전해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나전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택했다.
전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날 하루에만 약 1000명이 전시를 보기 위해 MCM 하우스를 찾을 예정이다. 김창옥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 역시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MCM과 김 작가의 협업은 제품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체적인 방식과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MCM은 향후 협업 제품도 선보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MCM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50년에 이어 앞으로의 50년에도 새로운 시도와 창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