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직경 3㎜ 미만의 작은 인공혈관이 이식 뒤 막히거나 혈전이 생기는 문제를 줄이면서 스스로 혈관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동물실험에서는 한 달 동안 100% 개통 상태를 유지했고, 인공혈관 내부의 97% 이상이 혈관내피세포로 덮인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향대학교는 의과대학 재생의학교실 이병택 교수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외과 배상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식 후 혈관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차세대 소구경 인공혈관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돼지 심장에서 추출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cECM)과 생분해성 고분자, 줄기세포, 바이오리액터 기술을 결합해 코어–쉘(core–shell) 구조의 섬유형 인공혈관을 만들었다.

핵심은 인공혈관을 몸에 넣기 전에 내부 표면에 실제 혈관내피와 비슷한 세포층을 미리 형성하는 ‘사전 내피화’ 기술이다.
혈관 내부를 내피세포와 유사한 세포층으로 덮어 이식 직후 발생할 수 있는 혈전 형성을 줄이고 이후 환자 몸의 세포가 인공혈관으로 유입돼 실제 혈관조직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특히 직경 3㎜ 미만의 소구경 인공혈관은 그동안 임상 적용에 한계가 컸다.
혈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혈관 내부 표면이 충분히 내피화되지 못하면서 혈전이 쉽게 생겼고 내막이 두꺼워지는 현상까지 겹쳐 장기간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는 개통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두 가지 소재의 역할을 나눴다.
인공혈관 중심부에는 기계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 PCL을 배치했다. 외부층에는 세포가 잘 달라붙고 조직이 재생될 수 있도록 돼지 심장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을 적용했다.
단순히 튼튼한 관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계적 강도와 세포 친화성을 동시에 확보한 구조다.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도 실제 혈관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관류형 바이오리액터에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넣고 실제 혈류와 비슷한 조건에서 2주 동안 배양했다.
그 결과 인공혈관 내강의 약 97%가 세포로 피복됐다. 혈관내피 관련 지표와 혈관신생 유전자, 관련 신호전달 경로도 활성화돼 실제 혈관내피 특성을 가진 세포층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연구팀이 사전 내피화한 인공혈관을 쥐의 복부대동맥에 이식한 결과 한 달 동안 모든 인공혈관이 막히지 않고 100% 개통 상태를 유지했다.
이식된 인공혈관 내부에서는 97% 이상의 혈관내피 피복이 확인됐다. 혈관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eNOS도 발현됐다.
혈관벽에서는 혈관 수축과 이완 기능을 담당하는 평활근세포층이 연속적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혈액이 통과하는 관이 아니라 정상 혈관과 유사한 조직 구조로 재생되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염증 반응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염증을 촉진하는 M1 대식세포는 감소한 반면 손상된 조직의 회복과 재생에 관여하는 M2 대식세포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새 인공혈관이 이식 뒤 단순히 형태를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숙주 세포의 유입과 혈관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일종의 ‘재생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에는 장기간의 이식시험과 대동물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추가로 검증할 예정이다.
임상 적용이 현실화되면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소아의 폰탄수술이나 혈액투석 환자의 혈관 접근로처럼 비교적 작은 직경의 혈관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병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혈관을 이식 후 숙주 세포의 유입과 혈관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장기 이식시험과 대동물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심장병 환아의 폰탄수술이나 혈액투석용 혈관 접근로 등 계획된 수술에 적용할 수 있는 재생형 소구경 인공혈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오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Bioactive Materials, IF 23.6)’ 9월호에 게재됐다. 이병택 교수와 배상호 교수가 교신저자로, 파하드 박사와 최민지 박사, 이현용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아산=박준표 기자(asjunpy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