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18년이 지난 지금, 대구시의회에서 다시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1995년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그리고 8년 뒤인 2003년 대구 2·18 지하철 화재 참사.

두 차례의 대형 참사로 293명의 시민을 잃은 대구가 그 희생과 기록을 과연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목소리가 대구시의회에서 나왔다.
대구시의회 김주범 의원(결위원장·달서구6)은 2일 제32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2·18 지하철 화재 참사 등 대구지역 주요 재난의 추모공간과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중장기 원칙을 마련하라고 대구시에 촉구했다.
김 의원은 먼저 대구가 짊어진 두 참사의 아픈 숫자를 꺼냈다.
1995년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10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42명은 그날 아침 평소처럼 학교로 향하던 영남중학교 학생들이었다.
불과 8년 뒤인 2003년에는 2·18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해 시민 192명이 희생됐다.
김 의원은 “두 번의 대형 참사를 겪은 대구가 희생자들을 어떻게 추모하고 기억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이 더욱 묵직한 이유는 김 의원에게 이 문제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8년 달서구의회에서도 상인동 참사를 주제로 5분 자유발언에 나서 행정이 앞장서 참사를 기억하고 그 교훈을 안전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18년이 흐른 2026년, 장소를 대구시의회로 옮겨 다시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세월은 18년 흘렀지만 ‘누가 대구의 참사를 책임지고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추모행사가 열리고 위령탑과 추모시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지방정부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추모공간은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 참사 당시의 기록과 유품은 어떤 기준으로 보존할 것인지, 시설 이전이나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대구시 차원의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상인동 참사 추모관인 ‘세심관’을 들었다.
세심관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돼 상인동 참사와 관련한 기록과 유품을 보존하며 오랜 시간 당시의 기억을 지켜왔다.
그러나 학교 이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세심관을 앞으로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도 함께 과제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세심관을 무조건 현재 자리에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이나 주변 환경 변화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남기고, 누가 책임지며, 어떤 절차를 거쳐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공적인 원칙이라는 것이다.
참사의 기억이 특정 학교나 기관의 사정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대구시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상인동 참사와 2·18 지하철 참사를 비롯한 지역 주요 재난 추모공간과 기록물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희생자 추모와 기록물 보존·관리, 유가족과 시민 참여를 대구시의 공적 책무로 명확히 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 추모와 기록을 시민·학생의 안전교육과 연결해 과거의 참사를 미래세대가 배우는 ‘살아있는 안전교육’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김 의원의 요구는 추모시설 하나를 더 만들자는 데 있지 않다.
참사를 기억하는 일을 더 이상 유가족과 일부 기관의 노력에만 맡겨두지 말고 대구시가 하나의 ‘도시 시스템’으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참사를 직접 경험한 시민은 줄어들고 당시 기록과 유품 역시 훼손·분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기록을 체계적으로 남기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이다.
김주범 의원은 “보상과 배상이 과거의 피해를 수습하는 일이라면 추모와 기억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현재와 미래의 안전정책”이라며 “두 번의 대형 참사를 겪은 대구라면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숙하게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난의 기억을 지켜가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픔을 겪었다고 저절로 교훈이 남는 것은 아니다”며 “기억하고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때 그 아픔은 비로소 교훈이 된다. 이제 그 기억을 유가족과 몇몇 기관의 몫으로 남겨두지 말고 대구시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