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고 비싸다.
특히 백혈병과 소아암, 희귀난치성질환을 앓는 아이들은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서울 등 수도권 병원을 정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에게 사람이 붐비는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조차 부담이다. 결국 KTX와 택시, 승용차를 이용해야 하고 치료가 길어질수록 교통비 역시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비용이 된다.
대구행복진흥원이 이처럼 치료비 뒤에 가려져 있던 ‘병원까지 가는 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소아암 환자 가족을 위한 맞춤형 교통지원에 나섰다.
대구행복진흥원은 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하 소아암 및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와 진단 후 치료 중인 29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모두 100가구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지원은 환자 한 명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치료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보호자까지 고려해 가구당 2인 기준으로 모두 200매의 전용 교통카드를 지급했다. 카드 1매당 10만원 상당이다.
올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장기간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가정을 우선 고려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교통카드의 사용처다.
일반적인 교통복지 사업처럼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이용에 한정하지 않았다.
KTX 역사에서 승차권을 현장 결제할 수 있고 택시 요금과 유료도로 통행료에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교통카드인 원패스를 지급했다.
환자가 지원제도에 맞춰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제도를 환자의 실제 치료 동선에 맞춘 셈이다.
소아암 환자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다중이용 대중교통 이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수도권 등 타 지역 전문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환자 가족에게 장거리 이동비는 한두 차례로 끝나는 비용이 아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진료비와 약값뿐 아니라 KTX와 택시비, 차량 운행비와 통행료 등 이른바 ‘치료 외 비용’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번 사업이 단순한 교통카드 지급을 넘어 환자가족의 현실적인 치료환경을 반영한 교통복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재원 마련 방식도 주목된다.
대구시와 iM유페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민관 협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多 함께 대구로路’ 교통복지사업 기금을 활용했다.
특히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교통카드 충전선수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지원한다.
한동안 잠들어 있던 교통카드 충전금이 병원으로 향하는 아이와 부모의 이동비로 다시 쓰이는 것이다.

이번 소아암·희귀난치성질환 환자 대상 지원은 기존 교통복지에서 놓치기 쉬웠던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올해 새롭게 발굴한 사업이다.
다만 이번 지원이 100가구에 대한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 가족을 위한 지속적인 이동지원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치료비만큼 주목받지는 않지만 아픈 아이에게 ‘병원에 갈 수 있는 것’ 역시 치료를 이어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최희재 대구행복진흥원장 직무대행은 “잦은 병원 방문과 고된 치료 과정으로 육체적, 경제적 고충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번 지원이 작으나마 실질적인 위로와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