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 맞히는 시험 끝낸다”…경북교육청, 학생평가 판 뒤집는다

“정답만 맞히는 시험 끝낸다”…경북교육청, 학생평가 판 뒤집는다

2027년 초5·6·중1부터 서·논술형 평가 본격화…2029년 초·중 전 학년 확대
AI가 문항·채점·피드백 지원하되 최종 판단은 교사…‘채점 공정성’도 정면 돌파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정답을 얼마나 많이 맞혔느냐’에서 ‘어떻게 생각했고 왜 그렇게 답했느냐’로 경북 학생들의 시험과 평가 방식이 크게 바뀐다.

AI가 단순 지식검색과 정답 찾기를 대신하는 시대를 맞아 경북교육청이 암기와 정답 중심의 학생평가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탐구력, 문제해결력과 표현력을 들여다보는 평가체계로 전환한다.

학생 평가 대전환 6대 핵심 실천 도표 [사진=경북교육청]

경북교육청(교육감 임종식)은 올해 9월부터 ‘경북형 학생평가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2027학년도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서·논술형 시험 확대가 아니다.

학생이 답을 맞혔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찾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어떤 근거로 설명하는지까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를 위해 ‘평가는 배움의 끝이 아니라 다음 배움을 여는 시작’이라는 방향을 세웠다.

평가 결과를 성적표에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다시 수업과 피드백에 반영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피드백-수업 재설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변화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첫해에는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집중 적용 학년으로 운영한다.

2028년에는 초등학교 3~6학년과 중학교 1~2학년으로 넓히고 2029년에는 초·중학교 전 학년까지 확대한다. 고등학교는 2030년부터 확대할 계획이다.

집중 적용 학년과 별도로 초·중·고 전 학년 교원들이 수업·평가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특정 학년에만 머무는 변화가 되지 않도록 한다.

이를 뒷받침할 6대 핵심 실천과제도 추진한다.

‘수업과 평가를 잇다’, ‘평가의 기준을 세우다’, ‘AI로 평가를 지원하다’,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다’, ‘교사를 평가 전문가로 세우다’, ‘함께 만들고 나누다’가 핵심 축이다.

특히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될수록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채점의 공정성이다.

객관식 시험과 달리 서·논술형은 같은 답안을 놓고도 평가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북형 평가 지시어와 서·논술형 문항 설계 기준, 교과별 표준 루브릭, 평가 TOOL KIT을 개발한다.

공동채점과 채점조정(Moderation), 전문채점 체계도 도입해 평가자 간 편차를 줄이고 신뢰도를 높일 방침이다.

AI도 평가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AI를 활용해 서·논술형 문항과 루브릭 제작부터 채점, 학생별 맞춤형 피드백, 평가 데이터 분석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AI가 학생의 성장을 최종적으로 판정하는 구조는 만들지 않는다.

AI는 교사를 돕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학생의 사고 과정과 성장에 대한 최종적인 교육적 판단은 교사가 맡도록 했다.

경북교육청 전경 [사진=경북교육청]

교사의 역할 역시 달라진다.

경북교육청은 기초-기본-심화-전문가-리더로 이어지는 단계별 연수·인증체계를 운영하고 전문채점관을 양성한다.

‘배움평가 멘토단’을 구성해 일선 학교의 수업·평가 혁신을 지원하고 우수 평가자료와 실천 사례는 ‘경북 수업-평가 아카이브’에 축적해 공유한다.

경북교육청이 그리고 있는 최종 모습은 학생과 교사의 동시 변화다.

학생은 정답을 찾아내는 데 익숙한 학습자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근거를 찾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학습자로, 교사는 점수를 매기는 채점자에서 학생의 사고를 읽고 다음 수업을 설계하는 평가 전문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관건도 분명하다.

서·논술형 평가가 늘어날수록 교사의 문항 출제와 채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학부모와 학생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AI 평가 지원체계와 표준 루브릭, 공동채점 시스템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부담을 얼마나 줄이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이번 대전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AI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생각을 근거 있게 표현하는 힘이 더욱 중요하다”며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그치지 않고 평가의 변화가 수업의 변화로, 수업의 변화가 학생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북형 학생평가 대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