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무인차량 한 대, 드론 한 대의 성능을 겨루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미래 전장의 승패는 수십, 수백 대의 무인체계를 얼마나 빠르고 유기적으로 연결해 지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센서가 정보를 수집하고, AI가 분석·판단하며, 지휘통제체계가 이를 바탕으로 무인체계에 임무를 부여하는 'AI 기반 지휘통제'가 차세대 전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무인 플랫폼을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서로 다른 무인체계와 센서, 무기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AI를 활용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 분석·판단해 지휘관의 결심 시간을 줄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휘통제도 AI로 하는 시대

미래 무인전장은 크게 센서→AI→지휘통제→무인체계→데이터로 순환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정찰·감시 센서가 적의 위치와 위협 정보를 수집하면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분류한다. 분석 결과는 지휘관에게 제공돼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지휘통제체계는 이를 토대로 무인체계에 임무를 부여한다.
무인체계가 임무를 수행한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축적돼 다음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 순환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운용하느냐가 전장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체계 역시 AI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탐지부터 판단, 타격까지 이어지는 지휘관의 의사결정 주기를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도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6월 'JADC2 구현을 위한 한국군 지휘통제체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AI·클라우드·데이터 통합 기술을 한국군 지휘통제체계(KCCS)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바다 위에서 실증된 AI 지휘통제

국내 방산업체들도 AI 기반 지휘통제 기술의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LIG D&A는 AI 지휘통제시스템을 중심으로 차세대 전투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LIG D&A는 지난 5월 '무인수상정(USV) 지능형 지휘통제 실증 시연회'를 열고 서로 다른 종류의 무인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어하는 '이기종 무인체계 군집 연결'을 선보였다.
시연에는 해검3·해검5와 소형 다목적 무인수상정 '해검S' 2대 등 총 4척의 실체계가 투입됐다. 이들 무인수상정은 위성통신을 통해 정밀 시뮬레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돼 대함전과 대잠전 시나리오를 수행했다.
대함전에서는 북방한계선(NLL) 침범 상황에 대응하는 5단계 작전 시나리오를, 대잠전에서는 잠수함 탐지부터 어뢰 발사까지 이어지는 7단계 시나리오를 진행했다.
핵심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하나의 전장 상황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해상·항공·위성 등 다영역에서 확보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하나의 작전 지도를 구축하고, AI가 이를 바탕으로 전술 계획을 추천한다.
LIG D&A는 지능형 지휘통제(C2) 시스템을 통해 탐지부터 결심, 교전에 이르는 시간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전장 정보를 AI가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지휘관이 보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휘통제체계가 정교해도 서로 다른 센서와 무기체계를 이어주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LIG D&A는 지난해 7월 LG AI연구원과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한 차세대 지휘통제체계 개발에 착수했으며,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요약해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양 플랫폼 및 전투지휘체계(C4ISR)를 앞세운 한화시스템도 역시 해양 플랫폼과 전투지휘체계(C4ISR)를 기반으로 AI 지휘통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대기뢰전 시연’을 진행했다.
시연에는 AI 기반 자동기뢰탐지체계(AMDS)를 중심으로 30톤급 전투용 무인수상정과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 수중탐색용 자율무인잠수정이 투입됐고 저궤도 위성통신을 통해 서로 다른 무인체계를 동시에 운용·통제하는 지휘통제 기술도 함께 공개됐다.
해상에서 기뢰 위협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된 이번 시연에서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 임무계획 생성 플랫폼이 탐색 임무를 수립하면 정찰용 무인수상정과 자율무인잠수정이 기뢰를 탐색하고, 자동기뢰탐지체계가 AI 분석을 통해 소해 지점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이후 무인수상정과 소해함이 해당 지점에서 소해 작전을 수행했다. AI 기반 임무계획부터 유·무인 해상전력 운용, 저궤도 위성통신을 통한 통합 지휘통제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역량을 실증한 것이다.
조종사의 임무 일부도 AI가 대신한다

공중에서도 AI가 조종사의 임무를 일부 대신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는 지휘관이나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 무기체계와 고도화된 AI를 장착한 다수의 무인 무기체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미래 전장의 핵심 전술이다.
이는 미래 전쟁의 승패가 전투기 성능 등만으로 갈리지 않으며 AI가 전장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지능형 전투체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KAI가 개발 중인 차세대공중전투체계(NACS)는 유·무인 전투기와 위성, 무인기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초연결 전투체계를 지향한다. 방대한 전장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지휘결심을 지원하는 AI 플랫폼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KAI는 AI 파일럿 '카일럿(K-AILOT)'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KF-21과 FA-50, 무인전투기, 다목적무인기(AAP), 저궤도 위성과 연결해 NACS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카일럿은 유인기와 다목적 무인기, 무인전투기 등을 연결하는 NACS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유인기 조종사는 전술적 판단에만 집중하고, 카일럿이 실시간 전장 분석을 통해 무인기 편대에 임무를 배분해 조종사의 인지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이에 지휘를 받는 무인기 편대는 적진 최전방에 침투해 정찰, 탐색 등 선봉 임무를 주도한다.
결국 방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무인체계를 얼마나 많이 배치하느냐가 아니다. 수십, 수백 개의 센서와 무인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고 분석해 지휘관의 결심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무인체계가 전장의 '손발'이라면 AI 기반 지휘통제체계는 이를 움직이는 '두뇌'다. 무인체계의 양적 확대 경쟁을 넘어, 전장의 모든 전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지휘관의 결심 시간을 줄이는 'AI 지휘통제체계'를 누가 먼저 얼마나 촘촘하게 완성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