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추경호 시장이 잘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시정을 한다면 의회가 과감하게 지적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임인환 대구시의회 의장이 1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집행부와의 관계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이유로 시정에 무조건 힘을 싣는 의회가 아니라 잘하는 정책에는 힘을 보태고 잘못된 정책에는 확실하게 제동을 거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의 시선은 의회 밖으로만 향하지 않았다.
재정난 속에서도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부터 챙기는 관행과 이른바 ‘쪽지예산’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의회 스스로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신공항과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대형 현안에서는 대구와 경북이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한 지붕의 경제·생활권’이라는 관점에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시장이라고 잘못까지 눈감아선 안 된다”
임 의장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첫 번째 원칙은 견제와 협력이다.
추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이 대구 발전과 시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러나 판단이 잘못됐거나 시민의 이익과 어긋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임 의장은 “잘하는 것은 함께해야 한다”면서도 “잘못된 시정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적하고 필요한 대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장과 시의회 다수가 같은 정당 소속인 상황에서 의회가 집행부의 정책을 그대로 추인하는 ‘거수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책 판단의 기준도 정당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군공항은 국가안보 시설…왜 지역이 재원 떠안나”
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대구경북신공항 문제에서는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주문했다.
임 의장은 민간공항 건설과 별개로 막대한 초기 자금이 필요한 군공항 이전 재원 마련이 핵심 숙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군공항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국가 시설”이라며 “국가가 책임에 나서고 재원 역시 그 책임에 맞게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이 대구만의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항공·물류 인프라를 함께 다루는 국가적 사업이라는 논리다.
때문에 군공항 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방에만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임 의장의 판단이다.
◆“행정통합 안 됐어도 대구·경북 미래 살림은 같이해야”
대구와 경북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욱 큰 틀을 주문했다.
행정통합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신공항과 철도, 공공기관 이전 등 미래 성장동력에서는 대구와 경북이 따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 의장은 “미래의 살림을 준비하는 일만큼은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와 경북의 뜻을 하나로 모으면 공공기관 이전을 비롯해 신공항 재원 문제까지 정부를 설득할 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대구경북 광역철도에도 기대를 걸었다.
그는 광역철도를 두고 “신공항 인근 거점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고 사람과 산업, 물류와 일자리가 오가는 길을 새롭게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의 몫, 경북의 몫을 먼저 따질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대구·경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기관 숫자를 나누는 방식보다 대구·경북 전체의 산업과 교통, 인재를 묶어 수도권에 대응할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구 재정 어렵다…예산 한 줄도 가볍게 못 본다”
인터뷰에서 임 의장이 가장 현실적인 고민으로 꼽은 것은 대구시 재정이었다.
이번 정례회에서 다룰 4000억원 규모 증액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도 세수 부족과 지방채, 이자 부담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임 의장은 이를 “지난해 쓰고 남은 돈에 빚까지 보태 꼭 필요한 곳에 다시 나눠 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예산 한 줄, 숫자 하나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했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는 의회가 뒷받침하되 훗날 시민의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더욱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집행부뿐 아니라 동료 시의원들에게도 주문을 던졌다.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자기 지역구를 넘어 대구 전체를 바라보는 예산심사를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원이 자기 지역을 챙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재정이 어려울 때 모든 의원이 자기 지역구 예산부터 챙긴다면 대구 전체를 위한 우선순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임 의장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만 챙기지 말고 큰 틀에서 대구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의 기준을 ‘우리 동네에 얼마를 가져왔느냐’가 아니라 ‘지금 대구에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더 민감한 문제도 피하지 않았다.
예산심사 과정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이른바 ‘쪽지예산’ 문제다.
임 의장은 기존에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관행을 계속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정된 재원을 나누면서 개별 의원들의 지역구 요구가 막판에 반영되는 방식보다 사업의 시급성과 효과, 대구 전체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예산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집행부에만 재정혁신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의회부터 예산 관행을 바꾸겠다는 자기혁신 선언에 가깝다.
집행부에 잘못된 시정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려면 의회 역시 스스로의 낡은 관행을 걷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건설경기 침체에는 “함께 버티는 연대 필요”
지역경제에 대해서는 현장의 어려움을 걱정했다.
특히 지역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특정 기업에 그치지 않고 하도급 업체와 현장 근로자, 부동산 시장 등 지역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임 의장은 “서로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따뜻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의회도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인터뷰 후반부에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임 의장은 이번 임기를 자신의 마지막 시의원 임기라는 생각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기보다 초선과 젊은 시의원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제가 앞으로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젊은 의원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선 의원들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뒤에 머물게 하기보다 직접 정책을 만들고 질문하고 책임지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초선이고 젊은 의원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키우는 것이 선배 의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의회 내부의 선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대구 지방정치를 책임질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일이라는 게 임 의장의 생각이다.
◆추경호 시장에게는 ‘견제’, 의원들에게는 ‘혁신’, 자신에게는 ‘후배 육성’
1일 아이뉴스24와 마주 앉은 임인환 의장의 메시지는 세 갈래로 선명했다.
추경호 시장에게는 “잘못된 시정은 과감하게 지적하겠다”고 했다.
동료 의원들에게는 “지역구만 바라보지 말고 대구 전체를 보자. 쪽지예산 같은 관행도 깨자”고 주문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마지막 임기라는 각오로 젊은 의원들을 키우겠다”는 숙제를 부여했다.
신공항과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대구·경북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고, 군공항 이전 재원에는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임 의장이 그리는 의회는 집행부에는 할 말을 하고, 스스로의 관행에는 더 엄격하며, 대구의 미래 앞에서는 지역과 정파의 경계를 넘어서는 의회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