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로보티즈가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를 앞세워 휴머노이드 '표준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다. 완제품 로봇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자에게 개방해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과 동작이 개발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형성된 것처럼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개발자들이 공통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로보티즈는 9월 중 AI 사피엔스의 최종 하드웨어 사양과 가격을 확정해 공개하고 정식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AI 사피엔스의 기반에는 로보티즈가 26년간 축적한 액추에이터 기술이 있다. 액추에이터는 사람의 관절처럼 로봇의 움직임과 정밀 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로보티즈는 AI 사피엔스에 준직구동(QDD·Quasi-Direct Drive) 방식의 자체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Q' 기술을 적용했다. 고토크와 정밀 제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별도의 냉각 팬 없이 구동 부품의 열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에서도 AI 사피엔스를 선보이며 구동 성능을 시연했다. 단순히 사람이 리모컨으로 움직임을 지시하는 것을 넘어 학습된 AI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구동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로봇 기술 '공개'…개발자 끌어모은다
로보티즈가 AI 사피엔스를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꺼내든 핵심 카드는 '개방'이다.
최근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환경을 활용한 보행 제어 알고리즘(Sim2Real)과 강화학습 워크플로를 포함해 AI 사피엔스의 소프트웨어를 개방했다.

연구기관이나 개발자가 AI 사피엔스라는 동일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각자의 AI 모델과 동작을 개발하고 실제 로봇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결과와 데이터가 다시 플랫폼에 축적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로보티즈가 노리는 것은 AI 사피엔스 판매량 자체만은 아니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휴머노이드 기술을 개발할 때 AI 사피엔스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AI 사피엔스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늘어나고, 다시 새로운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휴머노이드 육성 정책도 이 같은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국내 로봇 기업이 연구용 플랫폼 보급을 확대하고 향후 대량생산 체계까지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소영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휴머노이드 팀장은 "연구 플랫폼 목적으로 이를 확산시켜 연구 성과물들이 다시 생태계로 유입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보급의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표준 플랫폼 되려면 결국 '가격·보급' 넘어야
다만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려면 최대한 많은 연구기관과 개발자가 AI 사피엔스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는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해외 플랫폼들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AI 사피엔스가 연구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술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개발자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과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

로보티즈 역시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 인프라와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하고 양산을 통해 제조단가를 낮추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결국 이달 공개되는 AI 사피엔스의 가격과 최종 사양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로보티즈가 26년간 쌓아온 부품 기술을 하나의 휴머노이드에 집약하는 것을 넘어 개발자들이 모이는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