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서울시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을 2030년까지 1만 7500가구 추가 공급한다.
서울시는 지난 2024년 7월 미리내집을 처음 공급한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7108가구를 공급했으며 앞으로 매년 4000가구 안팎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미리내집은 시가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를 저출생 대응에 맞춰 재설계해 2024년 선보인 '장기전세주택Ⅱ'로, 출산한 가구에 주택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도 먼저 입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미리내집에 입주하면 기본적으로 최장 10년 거주할 수 있고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최장 20년까지 거주기간이 늘어난다. 재계약 때는 소득·자산 기준도 적용하지 않고, 2자녀 이상을 출산하면 거주 주택을 시세의 90%, 3자녀 이상이면 80% 수준으로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주어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을 찾아 미리내집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입주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미리내집 입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되면서 자녀 출산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당초 자녀 한 명을 계획했던 부부는 추가 출산을 생각하게 됐다고 하는 등 안정적인 주거가 출산 결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미리내집 입주로 당장의 주거 불안은 덜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장기적인 내 집 마련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20년 뒤 집값 상승을 감당하면서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매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 지분적립형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빈집 발생 시점과 이주할 단지의 위치를 알기 어렵다는 점, 신규 단지의 등기 전 대출 실행과 공동명의 제한으로 사내대출을 받기 어려운 문제 등이 거론됐다.
오 시장은 "입주 자격을 얻고도 목돈 마련이 어려워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며 "보증금의 70%를 먼저 내고 나머지 30%를 분할 납부하도록 해 입주 포기 사례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입주민이 더 넓은 평형으로 옮기거나 향후 분양받을 주택을 선택할 때 선택지가 넓어진다"며 "새로 확보되는 택지에 장기전세주택과 미리내집을 일정 비율 배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리내집이 고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돼 주거 약자 보호라는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미리내집은 합리적인 주거비에 우수한 입지와 고품질 주택을 제공해 신혼부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제 출산 결심까지 뒷받침하는 공공주택의 혁신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장기전세주택은 공공임대가 저소득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이 선호하는 고품질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잠실르엘은 총 1865세대 가운데 미리내집 98세대와 장기전세주택 100세대가 포함된 대단지로, 서울시가 지난 4월 도입한 미리내집 보증금 분할납부제가 처음 적용됐다.
보증금 분할납부제는 입주할 때 보증금의 70%만 우선 내고 나머지 30%는 퇴거할 때까지 순차적으로 나눠 내는 제도로, 잠실 르엘 미리내집 입주자 98가구 가운데 74가구(76%)가 이 제도를 신청해 입주 당시 내야 했던 보증금(총 158억원)을 나눠 낼 수 있게 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미리내집 계약자 533가구 가운데 489가구(92%)가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줄어든 초기 보증금 납부 부담은 총 765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시는 다자녀 가구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우선매수청구권도 개선한다. 현재는 입주자 모집 공고일 이후 출산한 자녀를 기준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입주 전 출산한 자녀가 있는 가구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자녀 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시는 올해 초부터 4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선 입주 전 출산한 자녀까지 포함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다자녀 가구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대출 대상과 한도 확대를 지속 요청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신혼부부들이 실질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며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내 집 마련까지 꿈꿀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튼튼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