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는 가운데 그 배경은 기업마다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한 매입이 있는가 하면, 주가 하락을 방어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셀트리온은 이사회에서 자사주 총 52만4384주, 약 1000억원(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기준)을 매입하기로 했다.
주식은 이날부터 장내 매수를 통해 취득한다. 매입한 자사주는 향후 이사회 결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주주 환원책 확대의 일환으로 선제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매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3분의 1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2000주를 주당 평균 9만899원에 매입했다. 총 매입 규모는 약 1억8000만원이다.
이는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 도입을 위한 계약을 발표한 다음 날 이뤄졌다. 오파칼림 도입을 주도한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도 계약 발표 직후 자사주 500주를 매입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6일 아일랜드의 바이오헤이븐과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995억원) 규모의 오파칼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오파칼림은 뇌의 신경세포에서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Kv7.2·Kv7.3 칼륨 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1일 1회 경구용 치료 후보물질이다.
현재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RISE-2'와 'RISE-3'가 진행되고 있다. 임상과 허가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2029년 미국 출시가 목표다.
이 대표는 오파칼림 계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엑스코프리에 이어 오파칼림까지) 저희는 2030년에서 2040년 중반쯤 두 개의 블록버스터를 가진 제약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가 등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이 활용되는 사례도 있다. 대표이사 등 임원이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케이엠제약은 지난 7월 기업 가치 회복과 주가 안정을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3.72%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20만7612주, 총 3억원을 매입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케이엠제약은 백승원 대표이사 등 임원이 참여하는 약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완료해 해당 주식이 상장됐다.
펩트론도 지난 7월 최호일 대표이사가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 1만주를 취득했다. 최근 미국 일라이 릴리와의 공동 연구를 둘러싼 시장의 오해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최 대표는 대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릴리와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물질을 스마트데포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가 비만·당뇨를 넘어 CNS 질환으로 영역을 확대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시장에서는 릴리와의 공동 연구 대상에서 기존 상용화 GLP-1 계열 물질이 제외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펩트론은 자체 개발한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세마글루타이드'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한 'PT403'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다른 업종들처럼 책임 경영과 주가 관리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다만 투자자를 유치해야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가 방어에 민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1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그 기간에 필요한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주가 관리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