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던 '호르무즈 악몽'…중동 K-건설현장 '살얼음판'

끝난 줄 알았던 '호르무즈 악몽'…중동 K-건설현장 '살얼음판'

앞선 봉쇄때 선박 통항량 95% 급감…물류비·보험료 부담↑
삼성물산·삼성E&A 등 카타르·사우디 대형사업 다수 진행
분쟁 장기화시 기자재 조달 차질…공기지연·원가부담 우려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미국과 이란이 한달여만에 다시 무력충돌에 나서면서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로 이어질 경우 기자재 조달과 물류차질이 재현돼 공기지연과 추가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형 기자재와 설비조달 비중이 높은 플랜트사업은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원가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라라크섬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로켓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 미국이 이란을 군사공격한 것은 지난 7월말이후 약 한달만이다.

미국 측은 IRGC가 기뢰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내 미군기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응수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 [사진=연합뉴스]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충돌을 벌이자 국내 건설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힐 경우 중동 건설현장으로 향하는 기자재와 원자재 운송에 차질이 생겨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봉쇄 당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집계를 보면 호르무즈 해협 하루 평균 선박 통항량은 지난 2월 129척에서 3월 6척으로 약 95% 급감했다. 건산연은 당시 양국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에너지와 해운, 금융, 공급망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주요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각종 기자재와 원자재가 오가는 핵심 해상운송로다. 통항이 제한되면 운송기간이 늘어나 현장 기자재 조달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수행하는 중동사업 규모가 큰 만큼 호르무즈발 물류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도 적지않다.

건산연 집계결과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분쟁 및 인접국에서 국내 건설기업 79곳이 총 275건, 약 1409억달러 규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별로 보면 삼성물산은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에서 카타르에너지LNG가 발주한 탄소압축·이송설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설계·조달·시공(EPC) 금액은 1조9100억원 규모로 2030년 준공 예정이다. LNG 액화플랜트에서 발생하는 연간 410만톤 규모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지중배관으로 이송하는 사업이다.

삼성E&A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파딜리 가스 증설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E&A 수주잔고 17조7562억원 가운데 중동·북아프리카 비중은 51%에 달한다.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 수주액은 8조6973억원 규모다.

현대건설도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유틸리티 현장과 380㎸ 송전공사,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등 중동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앞선 미·이란 충돌 당시 현대건설은 현장 피해는 없지만 추가 확전에 대비해 국가별 동향을 파악하고 비상상황 대응계획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E&A가 수행 중인 파딜리 가스 증설사업 현장 위치. [사진=삼성E&A]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는 이미 건설사 실적변수로 작용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삼성E&A 올 2분기 화공부문 매출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여파로 전년동기보다 18% 감소했다.

문제는 이번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로 이어지고 장기화할 경우다. 건설사들이 대체 운송로 확보와 현지조달, 선제적 기자재 확보로 단기충격을 흡수하더라도 봉쇄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부담은 커질 수 있다.

특히 플랜트사업은 공정에 맞춰 대형기계와 배관, 전기·계장설비 등 기자재를 적기에 투입해야 하는 만큼 일부 핵심설비 납품이 늦어져도 후속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우회운송에 따른 해상운임과 전쟁위험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면 공기연장과 원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산연도 앞선 중동분쟁을 분석하면서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물류차질과 금융비용 증가 등이 공사비 상승과 공기지연, 계약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중동 분쟁 장기화로 해외건설시장 비용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사들은 수주 확대와 함께 계약조건, 조달망, 보험·보증 비용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