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SK온이 미국에서 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내며 ESS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성장하는 북미 시장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올해 제시한 글로벌 ESS 20GWh 수주 목표에 다가선다는 구상이다.

1일 SK온은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 파워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물량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양사는 연내 별도 계약을 통해 SK온이 추가로 9GWh 규모의 배터리 셀을 사급하고, 이를 활용해 생산된 배터리 팩을 구매하는 방식의 협력도 추진한다.
추가 계약이 성사되면 양사 협력 규모는 총 18GWh까지 확대된다.
1년 새 71% 커진 ESS⋯북미 성장세 더 가팔라
SK온이 ESS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빠른 시장 성장이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리튬이온 ESS 배터리 출하량은 461.3GWh로 전년 동기 269.7GWh보다 71% 증가했다.

특히 북미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해 전체 시장의 약 16.5%를 차지했다. 중국을 제외한 북미·유럽·기타 지역의 합산 비중도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 56%에 달했다.
미국 시장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 새로 설치된 배터리 ESS는 3.3GW·8.4GWh로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누적 설치 규모는 2031년 200GW·655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SK온은 아직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SNE리서치의 올해 상반기 제조사별 통계에서는 CATL이 27.1%로 1위를 차지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2.6%, 1.4%를 기록했다.

국내선 50.3% 확보⋯미국서 본격 추격
국내에서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SK온은 전체 선정 물량 565메가와트(MW) 가운데 284MW를 확보했다. 전체의 50.3%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네오볼타 계약으로 대형 장기 고객을 추가했다.
SK온은 지난 6월 미국 휴스턴에서 ESS 브랜드 '그리드온(GRIDON)'과 차세대 제품 '그리드온 젠2'도 공개했다. 1세대 제품은 올해 미국 생산을 시작하고 젠2는 2027년 3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아이언과의 추가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1GWh 규모의 확정 계약과 별도로 향후 추진되는 추가 프로젝트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내 다른 고객사와의 추가 수주 논의도 이어가며 ESS 고객군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올해 ESS 20GWh 수주"⋯EV라인 전환
SK온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ESS 20GWh 수주 목표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네오볼타와의 9GWh 계약으로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가운데 추가 미국 고객사 확보 여부가 향후 수주 규모를 좌우할 전망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자산을 ESS에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미국에 SK배터리아메리카와 SK온 테네시, 현대차그룹과의 합작공장 HSBMA 등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전용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도 일부 EV 배터리 생산라인의 ESS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EV 생산라인과 같은 폼팩터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설비 변경 범위가 제한적이고 대규모 추가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기존 생산자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도 새로운 수요처로 겨냥하고 있다. SK온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SK그룹 관계사들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패턴을 분석하면서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ESS 솔루션과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 "ESS 수주 증가"⋯가동률 회복도 관건
증권가에서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ESS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부족과 기존 전력망의 효율성 제고 필요성이 북미 ESS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ESS 시장을 분석하며 "남은 기간 ESS 관련 수주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에너지 부족과 전력망 효율성 제고, 자체 발전 수요 확대 등이 동시에 ESS 설치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온의 경우 ESS 사업 확대가 기존 생산설비의 가동률 회복과 맞물릴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SK온은 급성장하는 ESS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기존 생산설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고객군을 전력회사와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번 네오볼타 수주를 발판으로 추가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 올해 제시한 20GWh 수주 목표를 얼마나 현실화하느냐가 향후 SK온의 글로벌 ESS 사업 확대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