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➀ “청소년 정신건강, 치료 시기 놓치면 회복 기회도 잃는다”

[인터뷰]➀ “청소년 정신건강, 치료 시기 놓치면 회복 기회도 잃는다”

윤석준 더힐러스병원 대표원장 “가족·학교·의료기관 함께 움직여야”
자해·자살 위기 청소년 위한 응급입원 시스템 구축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아이뉴스24>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전한다. 1편에서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과 치료, 가족과 학교의 역할을 살펴보고, 2편에서는 위기 청소년의 응급입원과 지역사회 연계, 심리치료 등 현행 의료체계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청소년기는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치료하면 회복 가능성이 큰 시기다. 하지만 자해나 자살 시도 등 급성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신속한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윤석준 더힐러스병원 대표원장은 청소년 정신건강을 개인이나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학교·의료기관이 함께 대응해야 할 필수의료 영역으로 보고 있다.

윤석준 더힐러스병원 대표원장이 31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예진 기자]

윤 원장은 31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정신건강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개입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인기의 만성적인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청소년 정신건강을 필수의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여러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가 약물치료에만 치우쳐서는 충분한 회복을 돕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지난 2019년 병원을 개원한 것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는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알코올 의존을 시작으로 마약·도박 등 다양한 중독질환으로 진료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알코올 의존 환자를 진료하며 중독질환이 단순히 술을 끊게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체감했다.

윤 원장은 “알코올 환자는 술만 깨면 퇴원하는 환자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만나면서 단순히 술을 끊게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집단·개인·가족 심리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과 인생에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윤 원장의 진료 현장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환자는 청소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학교와 사회가 정상화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가정과 학교, 또래 관계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최근 3년 정도 청소년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학교에 다시 나가면서 또래 관계에서 받은 상처나 가정 내 문제가 드러나고 자해나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특히 자해·자살 시도와 같은 급성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벼운 우울이나 불안, ADHD 등은 외래에서 치료할 수 있지만 자해나 자살 시도, 심각한 분노와 공격성 등으로 이어지면 외래 치료만으로는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때는 입원해 집중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준 더힐러스병원 대표원장이 ‘청소년 정신건강과 가족의 역할’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더힐러스병원]

청소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개입’이다. 성인 중증 환자와 달리 청소년은 아직 성장 과정에 있어 가족의 지지와 또래 관계, 심리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면 회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청소년은 급성기에 적절하게 개입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빨리 발견하고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들이 의료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와 의료기관 간 연계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보호자의 인식이나 판단에 따라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더힐러스병원은 부산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학교법인 선화학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부산지역 중·고등학교 위클래스 상담교사 등을 통해 자해나 자살 충동을 겪는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윤 원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위클래스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데는 여전히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며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학교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의료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청소년 진료를 이어가면서 보호자의 인식과 제도적 한계가 치료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청소년 본인에게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부모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나 부담을 갖고 있으면 의료기관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부산지역에도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까지 연결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호자의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 자해·자살 등 위험 신호가 확인된 청소년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의료기관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청소년 진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어도 보호자나 주변의 인식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라며 “부산에서도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의 치료까지 연결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의 역할도 청소년 정신건강 회복에 중요한 한 축이라고 짚었다.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아이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아이의 문제를 치료하다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한 원인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의 기대와 아이의 재능이나 꿈이 충돌할 수도 있고 가족 구성원 간 소통이 단절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자신의 성향을 자연스럽게 사회에 내놓을 수 있도록 부모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 역시 학업뿐 아니라 건강한 또래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봤다. 윤 원장은 “학생들끼리 건전한 또래문화와 건강한 대인관계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하는 학교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과 학교, 의료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주변에서 변화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의료적 도움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청소년은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고 주변에서 함께 도와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며 “아이의 변화를 빨리 알아차리고 가족과 학교, 의료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