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지금보다 10배, 20배 더 빠른 속도로 일하라. 그러나 시장의 지시에 무조건 ‘예스맨’이 되지는 마라”
추경호 대구시장이 대구시 공직사회에 ‘속도’와 ‘실력’을 동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일은 빠르게 하되 시장이나 상급자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적는 공무원이 아니라 논리와 근거를 갖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더 나은 대안을 내놓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주문이다.
특히 9월 정기국회와 대구시의회 정례회가 동시에 시작되는 시점을 맞아 추 시장이 시정 운영의 고삐를 한층 더 죄는 모습이다.
추 시장은 3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지금 속도보다 10배, 20배 더 빠른 속도로, 더 적극적인 의지로 업무에 임해달라”며 “통상적인 수준에 머물지 말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9월 정기국회와 시의회 정례회가 동시에 시작되는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행정과 시민 중심의 성과 창출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 시장이 이날 가장 강조한 단어 가운데 하나는 ‘속도’였다.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규정이나 관행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소극행정을 경계했다.
추 시장은 “대구시가 권한을 가지고도 소극적으로 일한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시민과 함께하는 적극적인 행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일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무조건 빨리 결정하라는 주문만은 아니었다.
속도만큼 ‘논리’를 강조했다.
추 시장은 정책을 결정할 때 내부나 외부의 지시·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누구에게나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갖춰야 정책의 설득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특히 간부들에게 던진 ‘예스맨이 되지 말라’는 주문은 이날 회의의 또 다른 핵심 메시지였다.
추 시장은 자신이 지시한 사안에 대해서도 “예스맨이 되기보다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 줄 것”을 당부했다.
시장의 지시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조직보다 잘못된 판단이나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근거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빨리 움직이는 조직’과 동시에 ‘생각하는 조직’을 요구한 셈이다.
정책 홍보에 대해서도 강한 주문을 내놨다.
추 시장은 “시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것과 똑같다”며 정책과 대책, 각종 지원제도를 시민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알리고 세일즈하라”고 지시했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만으로 행정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알고 실제 이용해야 비로소 정책의 성과가 된다는 것이다.

언론과의 소통도 같은 맥락에서 강조했다.
추 시장은 “언론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정당한 지적은 정책을 개선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와 비판을 받는 일이 없도록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도 당부했다.
비판을 막는 데 행정력을 쓰기보다 타당한 비판이라면 정책을 고치는 재료로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는 문제도 꺼냈다.
추 시장은 형식적 회의자료와 불필요한 서류 작성에 직원들의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식적이거나 불필요한 회의서류 작성에 직원들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꼭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고민해야 할 대상으로 ‘국비’와 ‘시민’을 직접 지목했다.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들에게 좋은 자료로 설명해서 예산을 더 확보할 것인지,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직원들도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추 시장이 대구시 공직사회에 요구한 것은 명확했다.
‘서류를 만드는 공무원’보다 국비를 따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공무원, ‘예스’라고 답하는 공무원보다 대안을 내놓는 공무원, 정책을 만들어 놓는 공무원보다 시민에게 정책을 팔 수 있는 공무원이 되라는 것이다.
추 시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속도를 강조했다.
그는 “9월부터 국회도, 시의회도 본격적으로 돌아가고 세상이 전부 빠르게 돌아간다”며 “각자 맡은 현안에 대해 더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서 시민들이 체감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주문이 실제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느냐다.
‘10배, 20배’라는 속도는 행정의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비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장기간 묶인 현안을 얼마나 풀었는지, 시민이 필요한 지원을 얼마나 빠르게 받게 됐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예스맨이 되지 마라”는 주문 역시 간부들이 실제 시장 앞에서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직문화가 된다.
9월 정기국회와 대구시의회 정례회가 동시에 시작되는 만큼 추경호식 ‘속도 행정’의 첫 성적표도 곧 나온다.
10배, 20배 빠르다는 말보다 시민에게 하나라도 더 빠르게 돌아오는 결과. 추 시장이 요구한 ‘시민 체감 행정’은 결국 그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