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의 산을 예전 모습 그대로 되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산주들이 다시 돈을 벌고 관광객이 찾아오는 ‘먹고사는 숲’으로 재건하는 실험이 본격화된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 일률적으로 나무를 다시 심는 기존 복구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로 소득수종과 산채, 관광자원을 심고 가공·유통시설까지 갖추는 이른바 ‘산림재건의 산업화’다.

경북도는 초대형 산불 피해지역의 체계적인 재건과 산주·임업인의 안정적인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 산불피해 5개 시·군에 추진해 온 ‘1시·군 1산림경영특구’ 지정을 모두 마쳤다고 31일 밝혔다.
마지막 퍼즐은 영양이었다.
경북도는 지난 7월 30일 영덕군 영덕읍 화천리와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일원을 산림경영특구로 지정한 데 이어 이날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일원을 추가 지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의성을 1호 특구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6월 안동 2호, 영덕 3호, 청송 4호, 영양 5호까지 초대형 산불피해 5개 시·군의 ‘1시·군 1특구’ 체계가 완성됐다.
산림경영특구는 ‘경북·경남·울산 산불피해지원법’을 근거로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핵심은 산불복구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형 산불 이후 산림복구가 피해목을 베어내고 다시 나무를 심는 데 집중됐다면 산림경영특구는 ‘어떤 나무를 다시 심을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숲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다시 먹고살 것인가’를 묻는다.
특구에는 소득·경관수종 중심의 특화조림과 특용수·산채류 등 임산물 생산기반 조성, 임도 등 산림경영 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임산물 가공·유통·판매시설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5개 지역을 똑같은 방식으로 복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역별 산림 특성과 기존 산업, 관광자원을 고려해 각기 다른 방식의 숲을 만든다.

영덕의 화두는 ‘송이 이후’다.
대형 산불로 송이 생산기반에 피해를 입은 만큼 기존 산림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산주들의 소득 회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영덕 특구에는 밤나무 등 새로운 소득수종을 심고 더덕과 고사리 등 산채류 재배단지를 조성한다.
여기에 저온저장과 가공·포장시설까지 확충해 임산물을 생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공과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불로 사라진 산림소득을 새로운 임산물 산업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청송은 방향이 다르다.
상수리와 단풍나무 등 경관수종에 산마늘과 어수리 등 산채류를 함께 조성해 소득과 경관을 동시에 잡는다.
특히 주왕산을 대표하는 수달래(산철쭉)를 활용한 숲을 조성해 기존 관광자원과 연결한다.
산불피해지를 단순히 복구 대상지로 남겨두지 않고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산림관광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지정된 영양은 아예 대규모 테마숲에 도전한다.
자작나무와 고로쇠나무를 중심으로 숲을 조성하고 인근 풍력발전단지와 연계해 영양만의 독특한 산림경관을 만들 계획이다.
고로쇠 수액 생산은 산주들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연결한다.
결국 영덕은 ‘임산물 소득’, 청송은 ‘산림관광’, 영양은 ‘경관·고로쇠 소득’이라는 서로 다른 재건모델을 실험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산림경영특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초대형 산불 피해가 단순히 나무만 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산주와 임업인에게 산불은 곧 소득기반의 상실이다.
때문에 산림을 아무리 빠르게 녹색으로 되돌려 놓더라도 주민들의 생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온전한 복구라고 하기 어렵다.
‘산림복구’와 ‘생계복구’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겠다는 것이 경북형 산림경영특구의 핵심인 이유다.
다만 특구 지정만으로 숲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북도는 9월부터 산불피해 5개 시·군을 돌며 산주와 주민,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산림경영특구 현장 순회 산주설명회’를 개최한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특구별 세부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국비 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산주들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내느냐, 안정적인 사업비를 확보하느냐, 조성한 임산물이 실제 판로와 소득으로 연결되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순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1시·군 1특구’ 지정이 완료된 만큼 산주와 임업인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산림재건과 소득 창출로 이어지도록 특구별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