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정부가 지역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카드를 꺼내 들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그 정도로는 기업을 움직일 수 없다”며 30% 이상이라는 파격적인 차등 폭을 역제안했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전기요금을 내는 시대를 끝내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단순한 지방 할인제가 아니라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깨는 산업 재배치 수단으로 만들려면 훨씬 강력한 가격 차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북도가 추산한 정부안의 산업용 전기료 절감 효과만 연간 약 4984억원에 달해 향후 할인 폭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발전지역 간 논의가 주목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부가 지난 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에 대해 “전국 단일요금체계에서 벗어나 지역별 가격신호와 균형성장 요소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30일 환영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인하 폭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현재 제시된 최대 10% 수준의 인하 폭으로는 기업의 입지 선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실제로 지방 이전과 신규 투자를 선택할 정도의 확실한 가격 차이가 있어야 지역 전기요금제가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청회에서 공개한 설계안은 전력계통 구조와 균형성장 요소 등을 고려해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나누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남부권의 경우 최대 10%, kWh당 18원을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경북 산업계로서는 10% 인하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경북도는 kWh당 18원이 인하될 경우 도내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연간 약 4984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과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제조업체에는 원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30% 이상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목표를 단순한 기업 비용 절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지를 바꿀 정도인가’가 이철우식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기준이다.
기업이 공장을 지을 곳을 결정할 때는 전기료만 보지 않는다. 용수와 인력, 교통망, 산업 생태계, 정주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따라서 수도권이 가진 인프라와 시장 접근성 등의 이점을 상쇄하고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려면 10% 수준보다 훨씬 강력한 전력가격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게 이 지사의 논리다.
그가 제시한 숫자가 ‘30% 이상’이다.
경북도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약 182원으로 중국의 약 120원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국제 제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발전지역을 중심으로 과감한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이 지사가 최근 들어 꺼낸 정책도 아니다.
이 지사는 민선 8기가 출범한 2022년부터 수도권 과밀을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이른바 ‘수도권병’으로 규정하고 지방 투자와 산업 재배치를 위한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논리는 간단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까지 장거리 송전하려면 막대한 송전망 건설비와 전력손실이 발생하는데도 발전소가 있는 지역과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지역이 똑같은 가격을 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이 지사가 반복적으로 던져온 표현도 있다.
“KTX도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전기는 발전소에서 멀리 보내면서도 전국이 같은 요금을 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경북도는 2022년 11월 국회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논의를 공론화했고 이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때문에 이번 정부 설계안은 경북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요구해 온 ‘전기요금 지방 차등화’가 실제 제도로 구체화되는 첫 단계라는 의미가 있다.
이제 논쟁의 중심은 ‘차등할 것인가’에서 ‘얼마나 차등할 것인가’로 이동한 셈이다.
경북은 이 논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도 적극 내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국내 최대 전력 생산지역이자 전력자립률 전국 1위라는 강점을 토대로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력 공급 능력까지 기업 유치 전략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등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 아니라 전력가격 자체가 기업 입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철우 지사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가격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물도 있고, 땅도 있고, 전기도 풍부한 경북에 확실한 전기요금 경쟁력까지 더해지면 기업이 스스로 경북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전기요금제는 지방을 배려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과 산업을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치하는 국가 성장전략이 돼야 한다”며 “기업이 움직일 만큼 확실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